[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요양시설을 선택하는 보호자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치, 비용, 시설 규모, 평가등급, 식사, 프로그램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부모님의 상태를 얼마나 자주 확인할 수 있는지, 야간에 이상 징후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호자와 시설이 얼마나 투명하게 소통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호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돌봄시설의 경쟁력 강화 방향이 진화하고 있다. (사진 = 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우리 부모님, 오늘 괜찮으신가”
요양시설에 부모를 모신 보호자들이 가장 자주 갖는 불안은 일상적인 확인의 어려움이다. 낮에는 식사를 잘했는지, 밤에는 잘 주무셨는지, 갑자기 호흡이나 움직임에 변화는 없었는지, 낙상 위험은 없었는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치매, 만성질환, 거동 불편이 있는 어르신의 경우 작은 변화도 보호자에게는 큰 걱정으로 이어진다. 전화로 시설에 문의하거나 정기 면회 때 확인하는 방식만으로는 보호자의 불안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요양시설에서는 보호자 소통이 서비스 경쟁력의 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보호자에게 안부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어르신의 생활 변화와 건강상태, 특이사항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유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보호자 앱으로 생활기록 공유하는 장기요양 전산서비스
실제로 장기요양기관 전산서비스 기업들은 보호자용 앱을 통해 가족과 시설 간 소통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기요양 관리프로그램 ‘케어포’는 보호자앱 ‘케어포 가족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케어포 FAQ에 따르면 보호자앱에서는 공지사항, 앨범, 상담 등 기관이 제공할 메뉴를 설정할 수 있고, 최근 작성된 바이탈 기록과 체중 정보, 급여기록, 물리·작업치료 기록 등을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다. 기관이 공지사항이나 수급자 앨범을 등록하면 보호자앱으로 자동 푸시알림도 전송된다.
엔젤시스템도 보호자용 앱 ‘굽은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소개에 따르면 ‘굽은나무’는 엔젤시스템을 이용하는 노인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의 급여제공내역을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다. 엔젤시스템은 홈페이지에서도 ‘보호자 정보제공 앱’을 주요 서비스로 안내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생체신호를 실시간 감지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시설에서 기록한 급여제공 내용과 생활정보를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소통형 서비스에 가깝다. 다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오늘 어떤 돌봄이 제공됐는지”, “식사나 프로그램, 건강정보가 어떻게 기록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엔젤시스템의 굽은나무 서비스 화면 (사진 = 요양뉴스)비접촉 모니터링을 통한 어르신 상태 관리도 속속 등장
최근에는 단순 보호자 앱을 넘어, 비접촉 센서와 AI를 활용해 어르신의 상태 변화를 감지하는 서비스도 요양시설과 시니어 주거시설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홈플릭스의 ‘아우름 바이탈케어’와 ‘바이탈프레임’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홈플릭스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케어링스테이’에 아우름 바이탈케어를 실증 도입했으며, 해당 솔루션은 액자형 설치물 형태로 웨어러블 기기 착용 없이 심박, 호흡, 체동을 24시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비접촉 건강 모니터링 기술로 소개됐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사례도 많다. 미국의 스타트업 ‘CarePredict’는 웨어러블과 AI 분석을 결합해 식사, 이동,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낙상 위험이나 건강 이상 징후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요양시설에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개발한 비접촉 센서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요양시설과 고령자 주거시설에 도입되어, 침대 이탈이나 호흡 이상 등을 감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Sensara’와 같은 기업이 AI 기반 행동 분석을 통해 치매 환자의 배회 패턴과 위험 행동을 감지하는 솔루션을 상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활요양시설과 시니어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비접촉 모니터링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소재 재활요양시설 효벤트(동탄재활요양원)는 홈플릭스와 시니어 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비접촉 생체신호 감지 기술을 활용한 돌봄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해당 시스템은 입소자의 심박수, 호흡수, 움직임 등을 모니터링하고 야간 낙상 등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낙상·배회 감지 서비스도 확대
낙상과 배회 감지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도 있다. 라닉스는 ‘낙상 방지 레이더 센서’와 모니터링 모바일 앱·웹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약관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레이더 센서와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낙상 방지와 상태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형태다.
AI 전문기업 아트만에아이는 요양원 입거 노인의 낙상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은 실제 요양원 환경을 반영한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고, 향후 침대 낙상 예측, 야간 위험 자세 분석, 치매 환자 행동 패턴 인식 등으로 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 같은 기술은 시설의 야간 순회와 기록, 이상징후 확인을 보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센서가 이상 신호를 감지하더라도 실제 현장을 확인하고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역할이다. 알림이 울린 뒤 담당자가 어떻게 확인할지, 보호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알릴지, 응급상황과 단순 변화 신호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운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트만에이아이의 비클레버 서비스 (사진=아트만에이아이)결국 이런 솔루션을 운용하는 ‘사람’이 핵심이다
보호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은 분명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실제로 의미 있게 작동시키려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돌봄 인력이 현장에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모니터링이나 알림 기능이 정교해져도, 그 신호를 해석하고 즉각 대응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술이 있어도 이를 다룰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면 오히려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요양시설의 디지털 전환은 장비 도입보다 인력의 역량과 운영 체계가 먼저다. 기술을 감시 도구가 아니라 돌봄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는 현장 종사자의 교육과 숙련도가 함께 올라가야 한다.
관련해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 관계자는 "사실 좋은 솔루션 도입은 기존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이 운영, 관리자들에게 업무 부담이 되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었다."며 "실제로 어르신들에게 돌봄의 혜택이 되기 위해서는 운영 인력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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