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김혜진 기자] 요양보호사 커뮤니티에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면서 방문요양 현장의 과열 경쟁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한 어르신은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원했고, 요양기관장은 등급 신청을 도왔다. 이후 공단 직원 방문조사가 이뤄졌고 의사소견서 제출 안내가 남겨졌다.
그러나 어르신이 갑자기 자녀가 있는 다른 지역에 머무르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방문요양센터가 어르신 댁을 방문했고 이후 요양보호사가 “자신이 어르신을 돌봐드리고 본인부담금도 내주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게시글에 담겼다.
해당 글의 사실관계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신규 수급자를 확보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면제나 대납을 제안하는 사례가 지적돼 왔다.
자부담 비용을 내주겠다는 제안은 불법의 소지가 매우 크다 (그림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본인부담금 대납, 왜 문제가 되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공적 보험제도다. 장기요양급여 비용의 상당 부분은 보험재정에서 부담하고, 수급자는 재가급여의 경우 일정 비율의 본인부담금을 낸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부 대상자는 면제되거나 감경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제도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적용된다.
따라서 기관이나 종사자가 임의로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본인부담금은 기관이 마음대로 없애거나 깎아주는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방문요양은 수급자 한 명이 어느 기관과 계약하느냐에 따라 기관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신규 등급 신청 전후의 어르신은 아직 특정 기관과 계약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기관의 영업 대상이 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본인부담금 대납 제안은 어르신에게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경쟁이 서비스 품질이 아니라 “돈을 대신 내주겠다”는 방식으로 흐를 때다. 이런 약속은 당장은 경제적 혜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급자 유인행위나 부당청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수급자 유인행위로 볼 수 있는 이유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장기요양기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금전, 물품, 노무 등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수급자를 장기요양기관에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문제가 되는 행위가 반드시 센터장이나 기관 명의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요양보호사가 특정 기관과 연결된 상태에서 수급자를 유치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대납을 약속했다면, 개인적 발언이라도 수급자 유인행위로 문제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금전 지원이 곧바로 위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사적으로 생활비를 돕는 것과, 장기요양기관 이용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비용을 대신 내주겠다고 하는 것은 다르다. 핵심은 해당 금전 제공이 특정 기관 이용과 연결돼 있는지, 기관이 이를 알고 있거나 묵인했는지 여부다.
기관도 책임이 있지만, 반복되는 부정행위
요양보호사가 독자적으로 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이 특정 장기요양기관으로 이어지고 기관이 이를 알았거나 묵인했다면 기관 책임도 제기될 수 있다.
관련 규정상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감경한 경우, 또는 수급자를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조장한 경우 장기요양기관은 업무정지나 지정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위반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이 문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방문요양 시장의 구조적 경쟁이 있다. 방문요양기관은 많고, 신규 수급자 확보는 기관 운영과 직결된다. 특히 등급 신청 단계의 어르신은 아직 기관을 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경쟁이 집중된다.
어르신과 보호자 입장에서도 본인부담금은 민감한 문제다. 매월 일정 비용을 내야 하는 만큼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말은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경쟁이 확산되면 서비스 품질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기관은 어르신의 상태, 필요한 돌봄, 요양보호사의 전문성보다 계약 유치에 집중하게 되고, 요양보호사는 돌봄 제공자가 아니라 영업 창구처럼 활용될 위험이 있다.
성실하게 법을 지키며 본인부담금을 정상적으로 안내하는 기관에는 불공정한 경쟁이 된다. 결국 시장 전체가 “누가 더 싸게 해주느냐”로 흐르면 장기요양서비스의 질과 제도 신뢰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자부담 대납 제안은 수급자들에게도 오히려 선택권 제한과 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림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수급자에게도 절대 좋은 제안 아니다
수급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도 이런 제안은 위험하다. 당장은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서비스 선택의 기준이 왜곡되고,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이고 적절한 돌봄을 받을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본인부담금 대납 제안을 받았다면 계약 전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 실제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 기관 계약과 연결돼 있는지, 공단에 신고되는 급여 내용과 일치하는지 살펴야 한다. 의심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지자체에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요양보호사 육성 및 인증 플랫폼 기업인 케어런츠의 박지성 대표는 관련해 "방문요양은 어르신의 집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이니만큼 신뢰가 중요하다.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말이 쉽게 오가는 순간, 장기요양서비스는 공적 돌봄이 아니라 영업 경쟁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경쟁의 기준은 비용 대납이 아니라 서비스의 안정성, 요양보호사의 전문성, 어르신 상태에 맞춘 돌봄 계획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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