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연세재가방문요양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안전손잡이다. 센터를 상징하는 이 안전손잡이에는 정영상 센터장의 돌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낙상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외출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이는 정서적 위축과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의 사고가 신체와 정서, 사회적 관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어르신에게 이동성은 존엄이자 행복”이라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어르신의 일상과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돌봄”이라고 말했다.
연세재가방문요양센터 정영상센터장(사진=요양뉴스)
한순간의 낙상이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삶을 바꾼다
낙상 사고는 어르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어르신을 돌보던 요양보호사 역시 ’내가 조금 더 주의했어야 했다’는 자책감에 힘들어하거나 돌봄 현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낙상 예방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보호자 상담을 위해 가정을 방문할 때도 정 센터장이 직접 만든 안내문을 활용해 낙상 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요양보호사가 근무하지 않는 주말이나 가족이 돌봄을 맡는 시간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낙상 예방은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라 어르신의 행복을 지켜드리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돌봄”이라며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안전수칙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손잡이 하나가 어르신의 자신감을 지킨다
최근에는 어르신의 이동과 일상생활을 돕는 다양한 복지용구가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가정에서의 활용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특히 정 센터장이 적극적으로 권하는 복지용구는 안전손잡이다. 침대나 화장실, 현관, 거실 등 어르신이 자주 이동하는 공간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하면 일어서거나 이동할 때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연세재가방문요양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 가정 가운데도 안전손잡이를 설치한 곳이 많다. 실제 생활 속 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어르신 가정마다 안전손잡이 하나쯤은 꼭 있었으면 한다”며 “어르신이 다른 사람의 도움만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한 돌봄”이라고 말했다.
발렌타인데이도 빼빼로데이도 어르신에게는 특별한 하루
정 센터장은 어르신을 위한 행사와 이벤트에도 진심이다. 어버이날과 명절은 물론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복날을 맞아 진행하는 ‘쿨 이벤트’ 등 소소하지만 즐거운 행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무슨 발렌타인데이야’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부터 지워야 한다”며 “어르신도 특별한 날을 기다리고, 선물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신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와 함께 찍은 행사 사진을 보여드리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어르신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녀와 소년처럼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행사의 정서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센터장은 “어떻게 하면 어르신이 한 번 더 웃으실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며 “작은 이벤트 하나가 어르신에게는 기다림과 설렘이 있는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 센터장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센터장이 모르는 어르신은 없다
정 센터장의 사명감은 사무실 한쪽을 가득 채운 파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파일마다 어르신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안에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 성격, 가족관계, 돌봄 과정에서 살펴야 할 사항들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다.
센터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수급자 기록지와는 별도로, 개원 초기부터 정 센터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며 작성한 어르신 정보기록지가 따로 존재한다. 종이가 모자랄 정도로 어르신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담겨 있다.
정 센터장은 “우리 센터에는 제가 모르는 어르신이 한 분도 없다”고 단언했다.
센터가 가까운 지역의 어르신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공학도의 꼼꼼함, 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이다
정 센터장의 꼼꼼한 기록과 안전 중심 운영에는 그의 이력도 영향을 미쳤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작은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이 어르신 돌봄에서도 빈틈을 줄이는 세심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 센터장이 돌봄 종사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기술이나 매뉴얼보다 사명감과 어르신에 대한 애정이다.
요양보호사 면접이나 실습생 교육에서도 정 센터장은 “여기에 왜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이 일을 선택한 이유를 늘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르신이 기대하는 서비스와 요양보호사가 생각하는 업무 범위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정 센터장은 이러한 차이를 무조건 한쪽에 맞추기보다는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을 돌보는 일은 자로 잰 듯한 매뉴얼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도 어르신을 향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사람이 좋은 요양보호사”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 역시 같은 마음으로 센터의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를 존중하고 있다. 직원들이 어르신을 진심으로 대하기를 바라기에 센터도 먼저 직원들의 어려움과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핀다는 것이다.
원활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사진=요양뉴스)
방문요양을 넘어 재활·영양까지 연결하는 통합재가 꿈꿔
정 센터장이 그리고 있는 연세재가방문요양센터의 미래는 ’통합재가시스템’이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방문간호 서비스를 기반으로 앞으로 재활과 영양관리 영역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 센터장은 “어르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지 않아도 되는 돌봄 체계를 만들고 싶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요양과 간호, 재활, 영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재가서비스를 실현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요양의 출발도 안전이고, 그 끝도 안전이어야 합니다.”
정영상 센터장의 이 한마디에는 어르신의 이동과 웃음, 존엄한 노후를 지키려는 연세재가방문요양센터의 돌봄 철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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