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KB금융그룹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차량 장착을 시작했다.
KB금융은 지난 31일 강원도 원주운전면허시험장에서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추진하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지원사업’의 첫 차량 장착과 안전운전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전국 19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사전 신청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740명을 대상으로 약 3억 원 규모의 장치를 무상으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이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급격히 밟는 등 비정상적인 조작이 발생할 경우 차량의 급가속을 억제해 사고 위험을 줄이는 장치다. 단순히 장치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안전운전 컨설팅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31일 강원도 원주운전면허시험장에서 '어르신 교통사고 제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지원사업' 장착 현장에서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KB금융그룹)늘어나는 고령운전자 사고, 예방 대책 필요성 커져
고령운전자 교통안전은 최근 주요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의 2025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특히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 대비 8.3% 늘었고, 사망자는 843명으로 10.8% 증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령운전자 사고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하는 안전 문제로도 부각됐다. 2024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서는 68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졌고, 경찰은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사고기록장치 분석 결과 사고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고, 가속페달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
2025년에는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67세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시장 통행로로 돌진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당시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같은 해 인천 부평에서도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주차장 출구에서 인도로 돌진해 모녀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감정 결과 사고 직전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이 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고들은 고령운전자 개인의 책임만으로 보기 어렵다. 고령자의 운전 능력 변화, 차량 조작 환경, 대체 교통수단 부족, 지역별 이동권 격차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병원 진료, 장보기, 사회활동을 위한 필수 이동수단인 경우가 많다.
KB 관계자가 현장에서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KB금융그룹)‘운전 제한’보다 ‘안전한 운전 지원’으로
그동안 고령운전자 대책은 주로 면허 자진반납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하지만 모든 고령자에게 운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운전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고령자의 생활 독립성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지원사업은 이런 점에서 면허 반납 일변도의 접근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운전을 계속해야 하는 고령자에게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운전능력 진단과 안전운전 컨설팅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이동권과 안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도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은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함께 전국 759명을 대상으로 2차 보급사업을 진행했으며, 앞선 1차 사업에서는 3개월 동안 비정상적 가속에 따른 페달 오조작 의심 사례 71건을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사회 교통안전, 돌봄의 영역으로 봐야
고령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면허 반납뿐 아니라 운전능력 진단, 안전장치 보급, 대체 교통수단 확충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자의 운전 중단이 의료기관 방문, 장보기, 돌봄서비스 이용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역별 교통 여건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급격히 밟는 등 비정상적인 조작을 했을 때 차량의 급가속을 억제하는 장치다. 경찰청과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진행한 앞선 보급사업에서는 3개월 동안 비정상적 가속에 따른 페달 오조작 의심 사례 71건이 차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대해 “고령운전자의 이동을 제한하기보다 안전한 운전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며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위험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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