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정부가 요양병원과 간병인 구직자를 연결하는 이른바 ‘간병 알바 앱’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공 ‘간병 알바 앱’ 구축 비용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이는 오해라며 기존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 운영 시스템을 활용해 단시간 근무 간병인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자체 개발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앱 개발 여부만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간병 인력난을 단순한 ‘구인·구직 매칭’ 문제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장에서는 “앱을 만든다고 해서 일할 사람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 간병 업무의 강도와 책임은 높은 반면 보상 수준은 낮고, 단시간 인력의 자격과 숙련도를 검증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보도와 공단 해명
조선일보는 지난 8월 29일 「정부, 편의점 알바 구하듯 ‘간병 알바’ 쓰게 한다는데…」 기사에서 정부가 간병인 구직자와 요양병원을 연결하는 공공 앱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앱 개발을 맡고 있으며, 향후 간병인 교육 이수자나 요양보호사, 간병 경력자 등 정부 인증을 통과한 사람만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정부, 편의점 알바 구하듯 ‘간병 알바’ 쓰게 한다는데…」 화면 캡쳐 (사진 = 조선일보 기사 화면 요양뉴스 갈무리)공단은 이에 대해 “공공 ‘간병 알바 앱’ 구축 비용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키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단 설명에 따르면 현재 준비 중인 것은 2024년 4월부터 추진 중인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 기관과 간병인력 파견업체 사이에서 단시간 근무 간병인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별도의 신규 앱 구축이라기보다 기존 시범사업 운영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도 간병서비스 제도화 과정에서 내국인 간병인력 양성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직접고용, 2~3교대 도입, 휴무 보장 등 근무환경 개선과 함께 간병인 표준교육과정 마련, 공적 간병플랫폼을 통한 수요·공급 정보 관리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공단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런 플랫폼 개발이 핵심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간병 매칭 앱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부정적 의견이 팽배하다. (사진 = AI 기반 요양뉴스 재구성)간병은 ‘빈 시간에 잠깐 하는 일’이 아니다
간병은 편의점이나 식당 아르바이트처럼 단시간 투입만으로 바로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다. 요양병원 환자 중에는 치매, 중증 노쇠, 와상 상태, 배뇨·배변 지원, 섭식 지원, 체위변경, 낙상 위험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환자가 자신의 불편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장에서 간병인은 단순히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환자의 표정, 움직임, 식사량, 배변 상태, 피부 상태, 불안 행동, 낙상 위험을 계속 살펴야 한다. 짧은 교육을 받은 단시간 인력이 현장에 들어간다고 해서 곧바로 안전한 간병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입주요양 등 간병 경험이 풍부한 요양보호사 출신 A씨는 “환자 상태를 아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환자라도 평소 표정, 통증 표현 방식, 식사 습관, 불안 행동, 보호자 요구사항이 다르다. 간병은 사람의 몸과 생활을 직접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단시간 교대가 잦아질수록 정보 전달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매칭보다 심각한 것은 인력풀 부족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간단하다. 지금의 간병 문제는 “일할 사람을 어디서 찾느냐”보다 “왜 사람들이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느냐”에 가깝다는 것이다.
간병 업무는 육체적 부담이 크다. 환자를 일으키고, 옮기고, 씻기고, 기저귀를 교체하고, 식사를 돕는 과정에서 허리와 무릎, 어깨에 부담이 누적된다. 야간근무나 장시간 근무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감염 위험, 보호자 민원, 환자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그런데 이에 비해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같은 시간 일했을 때 더 가볍고 예측 가능한 일자리가 있다면, 굳이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간병 업무를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병인을 모집해도 지원자가 적고, 지원자가 있어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된다.
앱은 구인 정보를 더 빨리 연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낮은 임금, 높은 업무강도, 불안정한 고용, 불명확한 책임 구조가 그대로라면 매칭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으로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 물이 부족한 우물에 더 좋은 펌프를 달아도 나올 물이 많아지지 않는 것과 같다.
자격검증과 책임 기준도 불분명
또 다른 쟁점은 자격검증이다. 정부는 교육 이수자, 요양보호사, 간병 경력자 등 일정 기준을 갖춘 인력을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간병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교육 이수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나 기존에 행해지던 산업보건교육과 같이 형식적인 교육 이수 방식이라면, 교육을 하나마나라는 우려도 짙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요양병원 중증 환자 간병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반대로 간병 경력이 있다 해도 환자 안전, 감염관리, 치매 대응, 낙상 예방, 의료진과의 소통 역량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특히 단시간 근무자는 병동의 업무 흐름과 환자별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사고 발생 시 책임 기준도 문제다. 단시간 간병인이 환자 이동 중 낙상이 발생했을 때 병원, 파견업체, 간병인 개인 중 누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환자 상태를 제대로 인수인계받지 못해 문제가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병은 의료행위는 아니지만 환자 안전과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단시간 인력 활용을 검토한다면, 단순 매칭 시스템보다 교육, 현장평가, 경력 확인, 업무범위, 사고 대응, 책임 소재를 먼저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은 ‘돌봄 = 좋은 일자리’ 구조 구축부터...
가족 간병 부담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간병비는 많은 가정에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 역시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간병서비스 질을 관리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간병 분야 전문가들은 간병 인력난의 원인을 단순한 구인·구직 정보 부족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장기요양 현장 전문가는 “간병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창구가 없어서라기보다, 그 일을 지속할 만한 조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병 업무는 신체 부담과 책임이 크고, 환자 안전사고나 보호자 민원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과 보호체계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간병 인력 수급을 개선하려면 매칭 시스템보다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고 본다. 적정한 보상체계, 교대제 정착, 휴무 보장, 교육과 경력관리, 안전장비 지원, 감정노동 보호, 사고 발생 시 책임 기준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시간 인력을 빠르게 연결하는 방식만으로는 간병 공백을 일시적으로 메울 수는 있어도, 숙련된 인력이 현장에 오래 머무는 구조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밝힌 직접고용, 2~3교대, 표준교육과정, 공적 플랫폼 관리도 이러한 방향과 연결돼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만큼 충분한 재정과 운영체계를 갖추느냐다. 이름만 공적 플랫폼이고, 실제로는 낮은 단가의 단시간 인력을 빠르게 연결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간병의 질은 높아지기 어렵다.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이 25년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대통령 면담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임금차별, 저임금 돌봄 등 열악한 처우를 끊어내고자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출처=요양뉴스]‘앱’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간병 인력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간병 인력난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한 돌봄정책 전문가는 “간병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무나 짧게 투입해 메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환자의 몸과 생활, 안전을 책임지는 돌봄노동”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증 노인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서는 환자 상태를 이해하고 낙상, 욕창, 식사, 배뇨·배변 지원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숙련도가 중요하다. 단시간 인력이 일부 보조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간병 공백 해소의 핵심 대책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실무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공공 플랫폼이 필요하다면 단순 구인·구직 연결을 넘어 간병인의 교육 이력, 경력, 수행 가능 업무, 현장 평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낮은 처우와 높은 업무강도, 불명확한 책임 기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앱만으로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간병비 부담 완화는 필요하지만, 간병의 질을 낮추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앱보다 먼저 간병노동의 가치와 책임에 맞는 보상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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