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사회적기업 사람과 사람의 윤연옥 센터장은 기업이 지켜야 할 공익성과 신뢰를 강조한다. 사회적기업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청하고 심사를 거쳐 인증받는 제도인 만큼, 인증 이후에도 사회적 가치를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 센터장은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다고 해서 개업 당시 큰 혜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혜택보다 사람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했기에 신뢰를 쌓고 공익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은 지역자활센터에서 시작된 활동을 기반으로 별도의 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센터의 이름에는 ‘사람의 곁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윤 센터장의 오랜 생각이 담겨 있다.
사회적기업 사람과 사람의 윤연옥 센터장(사진=요야뉴스)
지역자활 현장에서 이어온 22년의 사회복지 활동
윤 센터장은 2004년 양천지역자활센터 관장으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자활공동체 ‘약손엄마’를 만들었고 서울광역자활센터에서도 근무했다. 2018년부터는 사람과 사람의 운영에 전념하며 경력단절여성과 중장년층의 일자리, 장애인 돌봄과 노인 돌봄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왔다.
22년 동안 사회복지 현장을 지켜온 윤 센터장은 양천구는 행정이 비교적 체계적이고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양천구는 한살림과 생활협동조합 등 주민들의 가치소비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사회적경제와 돌봄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활동가도 많아 장애인 서비스와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양천구의 장점이라고 한다..
반면 지역 내 동서 간 생활환경의 차이가 크고 일부 지역은 복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과제도 있다. 윤 센터장은 이러한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복지기관, 지역 활동가들이 서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르신 돌봄과 함께 시작한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윤 센터장이 재가요양센터를 시작한 첫 번째 목적은 어르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일자리 창출이었다. 경력단절여성과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하면서도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결과, 돌봄서비스가 공급과 수요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다.
윤 센터장은 센터의 가장 큰 자산으로 장기근속 요양보호사를 꼽는다. 10년 이상 근무한 요양보호사가 다수이고, 센터의 전신인 자활사업 시기부터 인연을 이어와 20년 이상 함께한 종사자도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우리 기관을 믿고 오래 근무해 주는 것 자체가 큰 자산입니다.”
친정 같은 기관을 만드는 것은 신뢰와 근무환경
사람과 사람의 요양보호사들이 오랫동안 근무하는 이유가 특별히 높은 시급 때문만은 아니다. 윤 센터장은 기관을 친정처럼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이사장·센터장에 대한 신뢰, 사회적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장기근속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요양보호사가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호자와 어르신에게 서비스의 범위와 근무환경의 중요성을 충분히 안내한다. 필요한 경우 어르신께 식기와 세제, 이불 등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주거환경이 심각하게 열악할 때는 천장 보수나 집수리까지 연계한다.
집 안이 지나치게 비위생적이거나 위험하면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으로 근무하기 어렵고, 결국 어르신이 받아야 할 서비스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르신을 돌보는 것과 요양보호사의 근로환경을 지키는 일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윤 센터장의 생각이다.
센터는 서비스 품질과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꾸준히 노력의 결과(사진=요양뉴스)
“재가센터 업무가 아니어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사례로 윤 센터장은 빌라 5층에 거주하던 수급자의 이사를 도운 일을 떠올렸다. 해당 수급자는 이동에 어려움을 가지신 분이였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거주해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세상과도 소통이 어려웠다.
윤 센터장은 임대아파트 입주 방법을 알아보고 이사 과정까지 도왔다. 수급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옮긴 뒤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게 됐고 생활에도 활력을 되찾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재가센터의 정해진 업무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보고도 모른 척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수급자의 행복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사람과 사람은 장애인 돌봄 부서와도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신규 상담과 계약, 초기 매칭은 윤 센터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르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고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업무를 맡긴다.
요양보호사는 기관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때는 경력이나 자격증만 보지 않는다. 이용자의 요구와 요양보호사의 성향이 잘 맞는지, 실제 돌봄 과정에서 서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핀다. 타 기관과 근무를 병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돌봄의 기본 업무를 지나치게 기피하는 경우에는 채용이 어렵다.
특히 기저귀 교체와 같은 기본적인 신체활동 지원을 거부한다면 방문요양서비스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다만 기관의 조건만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보다 요양보호사가 원하는 근무시간과 이동거리, 이용자 특성 등도 최대한 고려해 매칭한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기관도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맞춰가야 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이 곧 우리 기관의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많이 듣고 함께 해결하려고 합니다.”
신규요양사 교육은 매칭 현장에서 시작돼야
사람과 사람은 법정의무교육을 포함한 12종의 교육과 온라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말에는 약 20분 동안 사회복지사와 센터장이 돌아가며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교육한다.
윤 센터장은 요양보호사가 실제 어르신과 매칭되는 시점부터 기관의 책임이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마다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 주거환경, 가족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기관이 필요한 돌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요양보호사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요양보호사가 신규 종사자의 적응을 돕는 ‘선임요양보호사 제도’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숙련된 요양보호사의 경험을 신규 인력에게 전달하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초기 이탈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별한 방법보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기관”
사람과 사람은 장기요양기관의 정확하고 투명한 청구를 인정받아 청구그린기관으로 지정됐다. 윤 센터장은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매월 확인해야 할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점검하며 원칙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돌봄기관은 어르신과 가족, 요양보호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이 일을 하면서 불법이나 편법은 절대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특별한 것을 하기보다 매일 지켜야 할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과 사람이라는 이름처럼 윤연옥 센터장이 만들어가는 돌봄은 사람의 곁을 사람으로 채우는 일이다. 어르신에게는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을, 요양보호사에게는 믿고 일할 수 있는 울타리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윤 센터장이 22년 동안 지역사회 현장을 지키며 이어온 사회적 돌봄의 방향이다.
어르신에게 더 좋은 돌봄을 전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이어지는 공간(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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