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고령자의 식사를 별도의 식품시장으로 보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확대되고 있다.
과거 고령자용 식품은 죽이나 잘게 다진 음식처럼 ‘먹기 편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씹는 능력과 삼키는 능력, 영양상태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하고 맛과 외관까지 고려한 식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러한 식품을 ‘스마일케어식(スマイルケア食)’이라는 체계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나 관련된 식품을 모아서 콩쿠르를 열 정도로 적극적이다. 농림수산성은 고령자용 식품 시장 확대를 통해 식품산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기존 ‘개호식품’의 범위를 확대해 스마일케어식 체계를 마련했다.
일본의 농림수산성에서 진행한 개호 식품·스마일 케어 식 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한 쌀가루 바스크 치즈 케이크 (사진 = 일본푸드저널 웹페이지 갈무리)영양·씹기·삼킴 상태 따라 색깔로 구분
스마일케어식의 특징은 이용자의 상태에 따라 식품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씹거나 삼키는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영양보충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제품은 ‘파란색’,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위한 식품은 ‘노란색’,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위한 식품은 ‘빨간색’ 표시로 구분한다.
농림수산성은 소비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제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선택표도 제공하고 있다. 2026년 6월에는 파란색 마크 사용 허가 기업과 제품 목록을 다시 업데이트하는 등 관련 제도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고령자용 식품을 단순히 ‘부드러운 음식’으로 분류하지 않고, 저영양과 씹기·삼킴 기능 저하를 각각 다른 문제로 보고 제품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민간에서는 ‘UDF’ 시장 확대
일본에는 정부의 스마일케어식과 별도로 식품업계가 운영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 체계도 있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는 제품의 물성과 먹기 쉬운 정도에 따라 UDF 제품을 ▲쉽게 씹을 수 있음 ▲잇몸으로 으깰 수 있음 ▲혀로 으깰 수 있음 ▲씹지 않아도 됨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음식이나 음료의 삼킴을 돕는 점도조절식품에 대해서도 관련 기준을 운영한다.
시장 규모도 꾸준히 형성되고 있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가 202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회원사들의 UDF 생산량은 7만1,381톤, 생산액은 583억 엔을 기록했다. 생산량은 전년보다 0.9% 감소했지만 생산액은 3.5% 증가했다.
등록 제품 수도 2,287개에 달했다. 특히 시설과 병원 등에 공급되는 업무용 제품 생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생산액이 563억5,600만 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금액 기준 시장 규모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스마일케어식의 해외시장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사진 = 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맛없는 환자식’에서 일반 식품시장으로
일본 정부가 스마일케어식이라는 별도의 명칭을 만든 배경에는 고령자 식품에 대한 기존 이미지도 있다. 농림수산성은 기존 개호식품의 범위를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식품뿐 아니라 영양보충이 필요한 사람까지 확대했다. 식사 기능이 떨어진 고령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양 상태와 식사의 즐거움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 농림수산성은 스마일케어식 소개 자료에서 식품의 ‘먹기 쉬움’뿐 아니라 저영양 개선, 식사의 즐거움, 외관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재난 상황에서 고령자가 비축해야 할 식품으로 스마일케어식과 부드러운 레토르트식, 점도조절식품 등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고령자용 식품이 요양시설이나 병원에만 필요한 특수식품이 아니라, 자택에서 생활하는 고령자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해외시장 가능성도 검토
일본 농림수산성은 스마일케어식을 국내 고령자용 식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농림수산성은 ‘스마일케어식 해외전개 프로젝트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일본이 다른 국가보다 먼저 고령화와 고령자 식품시장 확대를 경험했다는 점을 활용해 아시아 등 해외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도 농림수산성 스마일케어식 공식 페이지에서 해당 해외전개 계획을 정책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해당 계획에서는 일본 기업의 개호식품이 싱가포르, 홍콩, 한국, 대만 등으로 수출되거나 현지 사업으로 전개된 사례도 소개했다.
다만 고령자용 식품은 일반 가공식품과 달리 국가별 의료·요양제도와 식문화, 삼킴장애 관리 기준 등의 영향을 받는다. 농림수산성 역시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각국의 의료·복지 환경과 관련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도 ‘고령친화우수식품’ 제도 운영
국내에서도 고령자 식품을 별도의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는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 따라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은 고령자의 섭취와 영양보충, 소화·흡수를 돕기 위해 식품의 물성이나 형태, 성분 등을 조정해 제조·가공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2026년에도 신규 지정과 기존 제품의 지정 갱신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고령자 식품이 단순 환자식이나 요양시설 급식의 범위를 넘어 하나의 식품산업 분야로 자리잡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초고령사회가 만드는 새로운 식품시장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식품시장도 함께 변화한다. 고령자 가운데는 일반식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치아 상태와 근력 저하, 삼킴 기능 변화, 식사량 감소 등으로 기존 식품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사람도 늘어난다.
일본의 케어푸드 시장은 이러한 수요를 ‘노인에게 제공하는 특수식’이 아니라 소비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군으로 세분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정부가 분류와 표시체계를 마련하고, 민간 식품업계가 수천 개 제품을 출시하면서 병원·요양시설용 업무식과 가정용 식품시장이 함께 형성되고 있다.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요양시설 급식뿐 아니라 재가 고령자의 저영양 예방, 씹기·삼킴 기능에 맞춘 식품, 소용량 고영양식 등 다양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먼저 성장한 케어푸드 시장이 국내 식품업계에 어떤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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