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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믿었던 사람…" 영국 70세 이상 금융착취 피해 1,000억 원 넘어

  • 전형수 기자
  • 2026-09-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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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전형수 기자] 가족이나 친구, 돌봄종사자 등 가까운 사람에게 금융 관리를 맡겼다가 재산을 빼앗기는 고령층 피해가 영국에서 상당한 규모로 나타났다.

영국의 사기범죄 전담기관인 런던시경찰(City of London Police)이 지난 9월 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26 회계연도 ‘지위·신뢰관계 악용 사기(Abuse of Position Fraud)’로 신고된 피해액은 약 1,858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피해자의 손실액만 약 1,010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80~89세는 모든 연령대 가운데 신고 건수와 피해액이 가장 많았으며, 피해 규모는 약 475억 원에 달했다. 

영국에서 70세 이상의 신뢰관계 악용 사기 피해액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영국에서 70세 이상의 신뢰관계 악용 사기 피해액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카드 훔치고 계좌에서 무단 송금

‘지위·신뢰관계 악용 사기’는 피해자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부여한 권한이나 관계를 이용해 돈이나 재산을 빼돌리는 범죄를 의미한다.

가해자는 가족이나 친구뿐 아니라 돌봄종사자, 직원, 재산관리를 위임받은 사람 등 피해자의 일상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런던시경찰이 분석한 주요 수법에는 피해자의 은행카드를 가져가 사용하거나 금융정보를 알아낸 뒤 계좌에서 돈을 무단 이체하는 방식 등이 포함됐다.

일상적으로 피해자를 만나거나 재산관리를 돕는 과정에서 금융정보에 접근한 뒤 이를 악용하는 형태다.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유언장이나 법률문서 등을 조작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가져가려 한 사례도 확인됐다.

재산관리 맡겼더니…위임장 악용 피해 약 685억 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재산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이를 악용한 사례다.

영국에서는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직접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울 경우 다른 사람에게 재산관리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통계에서는 이러한 위임장(Power of Attorney)을 악용한 신고가 764건 접수됐으며 피해액은 약 685억 원에 달했다.

주로 고령자나 취약계층의 금융관리를 맡은 사람이 법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을 이용해 개인적인 목적으로 돈을 인출하거나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돌봄종사자 관련 피해도 444건

돌봄 현장과 관련된 금융착취 사례도 적지 않았다.

사회돌봄 종사자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분류된 신고는 444건, 피해액은 약 2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례에서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령자의 은행카드나 금융정보, 개인 소지품 등에 접근한 뒤 이를 악용한 경우가 주로 확인됐다.

돌봄을 받는 고령자는 식사와 이동, 외출뿐 아니라 장보기나 현금 인출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번 영국 통계는 이러한 신뢰관계가 금융범죄의 접근 통로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치매 언급된 피해 신고 337건

인지기능 저하와 금융착취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런던시경찰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운데 치매가 언급된 신고는 337건이었으며, 피해자가 취약한 상태라고 기록된 사례도 359건이었다. 질병이나 인지기능 저하, 사별 등으로 타인의 도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범죄가 발생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미 다른 사람에게 금융관리 권한을 맡긴 상태라면 피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납 고지서·갑작스러운 유언장 변경도 ‘경고 신호’

런던시경찰은 가족이나 고령자를 지원하는 사람들에게 금융거래 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상 징후로는 본인이 알지 못하는 계좌 거래, 갑자기 발생하는 공과금 미납, 개인 소지품 분실, 은행계좌나 유언장의 예상하지 못한 변경 등을 제시했다.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면 은행이나 카드사에 즉시 알리고, 재산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이를 악용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관련 기관에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고령사회, ‘돌봄’과 ‘돈 관리’ 함께 봐야

고령자의 자산관리는 건강하고 판단 능력이 충분할 때는 개인 금융의 영역에 가깝다. 그러나 질병이나 치매, 거동 불편 등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 돌봄과 금융관리가 맞닿게 된다.

이번 영국 통계에서는 가족과 친구뿐 아니라 법적으로 재산관리 권한을 가진 사람과 돌봄종사자까지 고령자 금융착취의 가해자로 신고된 사례가 확인됐다.

런던시경찰은 특히 고령자의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 재산관리 위임을 받은 사람들에게 금융착취 징후를 확인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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