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가순필 기자] 경기도의 재정난이 노인복지와 돌봄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경기도 본예산에는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를 비롯한 일부 필수사업의 마지막 3개월분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경기도는 결국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 원을 추가 편성했다.
서비스가 실제 중단된 것은 아니다. 경기도가 기존 사업을 조정해 추가 재원을 마련하고 추경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 장기요양처럼 중단하기 어려운 필수사업조차 연초 본예산에서 1년 치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현재 지방재정이 받고 있는 압박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기도의 재정난이 노인복지와 돌봄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림 = 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노인 장기요양에만 추경 1,234억 원
경기도는 지난 8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취약계층 생계·돌봄과 안전 관련 사업에 2,464억 원을 추가 배정했다.
이 가운데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가 1,234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학교 급식비 지원 584억 원, 농어민기회소득 215억 원, 청년기본소득 163억 원 등과 비교해도 장기요양 예산 규모가 두드러진다.
경기도에 따르면 노인 장기요양을 비롯해 학교 급식, 가족돌봄수당 등 일부 필수사업은 당초 본예산에서 10월부터 12월까지 사용할 재원이 편성되지 못했다.
경기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불요불급하거나 시급성이 낮은 기존 사업을 재검토해 총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필수 민생사업을 중심으로 추경 재원을 다시 배분했다.
지난 8월 5일 오전 수원특례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경기도청)지난해부터 노인복지 예산 축소 논란
노인복지 재정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2026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노인복지관 운영, 시·군 노인상담센터, 노인장기요양 관련 사업 등 다수의 복지사업이 삭감 또는 축소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장의 우려가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복지국 소관에서는 국비보조사업을 포함해 210개 사업, 약 2,289억 원이 감액 대상으로 검토됐다. 노인복지관 운영비와 시·군 노인상담센터 지원 등 지역사회 노인복지와 직접 관련된 사업도 포함됐다.
이후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수 사업이 조정·복원됐지만, 재정여건 악화가 지역 노인복지서비스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됐다.
재가노인지원서비스도 예산 축소 우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취약노인을 지원하는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도내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51개 센터를 통해 약 4,300명의 취약노인에게 안전 확인, 일상생활 지원, 긴급 대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시·군비와 도비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도비 지원이 줄어들 경우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시·군에서는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인복지관과 노인상담센터 역시 지자체 재정에 따라 사업 규모와 서비스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지방비 확보가 중요한 영역이다.
세입은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경기도 재정이 어려워진 배경에는 세입 감소가 있다. 경기도는 전체 도세에서 부동산 거래와 연동되는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사이 약 3조 원, 약 30% 감소하는 셈이다.
2025년에는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약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당시 지방채 발행 한도인 9,460억 원의 99.6% 수준이다.
각종 기금 재원도 상당 부분 활용하면서 추가로 끌어올 수 있는 재원 여력 역시 줄어든 상황이라고 경기도는 설명하고 있다.
복지비는 계속해서 급증
문제는 세입이 줄어드는 동안 복지 수요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복지예산은 2022년 14조6천억 원, 전체 예산의 41.8% 수준에서 2026년 19조6천억 원, 약 49%까지 증가했다. 현재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2031년에는 복지예산이 30조 원, 전체 예산의 최대 6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전망이다.
그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가 있다.
2022년 이후 경기도 전체 인구는 약 30만 명 증가했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약 60만 명 늘었다. 최근 5년간 경기도 고령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6.8%로 전국 평균 5.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기초연금 등 국가 단위 복지지출뿐 아니라 장기요양, 노인복지관, 노인돌봄, 의료, 이동지원 등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관련 지출도 함께 증가한다.
결국 걷히는 지방세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인해 줄이기 어려운 복지지출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역시 복지 예산 증가추세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 (사진 = 경기도청)돌봄은 경기 따라 줄이기 어려운 ‘필수지출’
노인 장기요양 재정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다른 정책사업과 달리 경기 상황에 따라 쉽게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장기요양시설과 방문요양 등은 이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령자의 일상생활과 직접 연결돼 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연중 서비스를 중단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야다. 실제로 경기도 역시 이번 추경 편성 과정에서 노인 장기요양과 취약계층 생계·돌봄 등을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민생사업’으로 분류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런 성격의 지출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세수가 늘어날 때는 복지지출 증가를 감당할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처럼 세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지방정부가 선택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예산부터 줄어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법적으로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복지비용은 유지되는 반면, 노인상담이나 재가노인지원, 복지관 프로그램처럼 지역사회에서 예방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이 상대적으로 예산조정의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경기도의 사례는 지방정부가 초고령사회에서 앞으로 직면할 수 있는 재정 문제를 보여준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돌봄과 의료, 생활지원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지방정부의 세입은 경기와 부동산시장 등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요양과 지역사회 돌봄은 한번 서비스를 시작하면 지속성이 중요하다. 예산 사정에 따라 매년 사업 규모가 달라질 경우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요양시설과 복지기관, 돌봄종사자의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경기도 추경을 통해 당장의 장기요양 재정 공백은 보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본예산 단계에서 필수 돌봄사업의 1년 치 재원을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와 지방재정 구조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지방정부의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노인복지사업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뿐 아니라 이미 운영 중인 돌봄과 복지서비스를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가 지방 복지행정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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