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어르신 가정으로 출근을 앞둔 요양보호사의 가방을 바라보던 새생명노인복지센터 김영숙센터장이 넌지시 “장아찌가 있어”라며 반찬을 하나 더 챙겨준다. 무엇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듯 센터장의 시선은 한동안 요양보호사의 가방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따뜻함 때문일까. 센터에는 개원 때부터 16년 동안 함께한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장기근속자가 전체 근무자의 절반을 넘는다. 묵묵히 곁을 지켜온 직원들도 센터와 함께 세월을 보내며 나이 들어가고 있다. 센터장은 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어르신의 모습이 곧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개원 당시의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고 말한다.
직원을 세심히 챙기며 함께 성장하는 새생명노인복지센터 김영숙 센터장.(사진=요양뉴스)
재가요양의 길을 열어준 두 사람
센터장이 재가방문요양의 길을 선택하는 데에는 삶의 방향을 일깨워준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센터장이 운영하던 건축사무실 옆 공간을 임차했던 목사였다.
목사는 형편이 어려운 탈북민을 돕기 위해 자신이 돌려받아야 할 임대보증금까지 생활비로 보태주라고 할 만큼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깊었다. 센터장은 그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이후 목사는 일본의 요양제도를 설명하며 “한국에도 이 제도가 자리 잡으면 반드시 이 일을 해보라”고 권했다.
센터장은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요양제도를 공부한 뒤 센터를 개원했다. 목사는 국내에 요양제도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도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 제도가 생겼잖아요. 그것이면 됩니다.”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던 목사는 이후 자신도 요양원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 센터장은 지금도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목사의 가르침을 센터 운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센터장의 아버지다. 건축 일을 했던 아버지는 현장 인부에게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도 절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지적을 받으면 그 사람의 자존감과 인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버지는 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린 뒤 당사자만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센터장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이어받아 요양보호사의 자존감과 인권을 지키는 데 각별히 노력해 왔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르신과 가족의 삶까지 살핀 돌봄
센터장은 “돌봄은 곧 사랑”이라고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급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어르신이다.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에 한 번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센터장은 어르신을 직접 대학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영양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돕고 이후에도 병원 진료가 필요할 때마다 동행했다. 어르신은 건강을 되찾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활하다 생을 마감했다.
당시 담당 요양보호사는 어르신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운동하고, 어떤 날에는 신나게 춤을 가르치기도 했다. 걷는 것이 힘들었던 아들은 조금씩 걸음이 좋아졌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정해진 방문요양서비스의 범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을 향한 요양보호사의 따뜻한 마음은 아들을 춤추게 했고 다시 걷게 했다. 센터장과 요양보호사는 한 가족의 삶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센터 운영과 돌봄 현장을 세심히 살피고 있는 김영숙 센터장.(사진=요양뉴스)
사랑으로 돌보며 경험한 삶의 기적
센터장은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를 직접 모신 경험을 통해 사랑이 가져오는 변화를 몸소 경험했다. 당시 어머니는 오빠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가족 모두가 돌봄에 매달려야 했다. 오랜 돌봄으로 가족들의 건강까지 나빠지자 센터장은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그때 한 친구가 센터장에게 말했다.
“어머니 곁에는 너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모셔.”
센터장은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진심을 다해 어머니를 돌봤다. 가족의 사랑과 정성 속에서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더 나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도 보였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스스로 오빠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했다. 센터장은 그것이 오랫동안 어머니를 모시며 마음의 짐을 안고 있던 오빠를 위로하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어머니의 마지막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다한 돌봄은 모두에게 새 생명을 주는 일
센터장은 요양보호사의 가방에 반찬 하나를 더 챙겨주는 작은 행동부터 어르신과 가족의 삶을 끝까지 살피는 일까지 모두 돌봄이라고 말한다. 돌봄은 정해진 시간 동안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일으키고 다시 살아갈 힘을 건네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어르신과 가족, 요양보호사가 서로를 믿으며 오래 함께할 수 있다. 개원 때부터 이어진 직원들과의 16년 동행은 이러한 돌봄 철학이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진심을 다해 사랑으로 돌보면 어르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돌봄은 한 사람의 삶에 희망을 되돌려주는 일, 곧 새 생명을 주는 일입니다.”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소통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고충소리함.(사진=요양뉴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