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최근 정부는 노인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입소자 2.3명당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강화했다.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숫자가 특정 시간대에 요양보호사 한 명이 입소자 2.1명을 돌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법원 판결에서는 이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일 요양원 입소자가 반복적인 폭행 끝에 숨진 사건에서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시설 대표와 사무국장, 간호과장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요양보호사 한 명이 남성 입소자 8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시설 측이 내린 ‘특별히 신경 써 달라’는 지시를 실효적인 예방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정 입소자 대 보호사 기준 2.1명은 실시간 인력 배치 기준이 아니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2.1대 1’은 실시간 비율 아니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자 2.1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하도록 규정한다. 치매전담실은 2명당 1명이다. 다만 2025년 이전부터 운영하던 시설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도록 경과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배치인원을 계산하는 방식도 실제 시간대별 근무인원과는 차이가 있다.
장기요양급여 고시는 ‘근무인원 1명’을 월 기준 근무시간 이상 실제 근무한 직원으로 산정한다. 월 기준 근무시간은 해당 월의 공휴일과 토요일 등을 제외한 근무가능일수에 8시간을 곱해 계산한다. 기준시간에 미치지 못한 같은 직종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합산해 인원수로 환산할 수도 있다.
‘2.1명당 1명’은 시설이 확보해야 할 전체 인력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한 시간대에 요양보호사 한 명이 실제로 몇 명을 맡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는 아니다.
30명 시설, 배치인원은 14명... 그러나 실제로는 보호사 1명당 9명
입소자가 30명인 시설을 예로 들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2.1대 1 기준을 적용할 경우 필요한 요양보호사는 14명이다. 실제 장기요양 급여기준 안내에서도 입소자 30명에 요양보호사 14명을 배치한 사례를 2.1대 1 충족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근무 여건을 살펴보면 이 수치는 크게 달라진다.
14명이 각각 주 40시간을 근무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전체 근무시간은 주 560시간이다. 이를 요양원이 운영되는 일주일 168시간에 균등하게 나누면 평균 동시 근무인원은 약 3.3명이다. 30명을 3.3명이 돌본다고 단순 환산할 경우 요양보호사 한 명당 약 9명이다.
실제 근무인원은 교대 방식과 휴게시간, 추가 인력 배치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같은 시설이라도 ‘법정 배치인원’과 특정 시간대의 ‘실제 근무인원’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법원은 ‘숫자’보다 실제 조치 봤다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서울고등법원)이런 맥락에서 이번 서울고법 사건은 인력배치기준 위반 여부를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한 2023년 당시 법정 요양보호사 배치기준도 현재의 2.1대 1이 아닌 2.3대 1이었다. 정부는 2022년 10월 기존 2.5대 1에서 2.3대 1로 기준을 강화했다.
법원이 들여다본 것은 위험이 반복적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시설이 어떤 조치를 했느냐였다.
피해자는 다른 입소자들과 충돌하는 일이 반복됐고 관찰일지에도 관리가 어렵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재판부는 시설 대표와 사무국장뿐 아니라 인력 재배치 권한이 없던 간호과장에게도 근무체계 개편이나 전담 요양보호사 배치, 입원실 재배치 등을 상급자에게 건의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현행 ‘2.1대 1’ 기준을 충족했는지와 사고가 난 시간에 충분한 돌봄인력이 있었는지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번 판결은 반복되는 위험이 확인된 상황에서 시설이 실제 인력과 공간을 어떻게 조정했는지를 책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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