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푸른재가복지센터 인진희 센터장이 방문요양센터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친정어머니의 돌봄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암을 앓던 어머니는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고, 건강이 나빠졌다가 조금 회복되기를 거듭했다. 그때마다 방문요양 서비스를 다시 연결해야 했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서비스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인 센터장은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을 품었다. ‘이런 어르신들은 어디에서 돌봄을 받아야 할까.’ 건강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돌봄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기관에서 선뜻 맡기 어려워하는 어르신에게도 누군가는 끝까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이 푸른재가복지센터를 개원하는 계기가 됐다.
푸른재가복지센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가운데 하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요양보호사와 여러 차례 맞지 않았던 어르신의 경우에도 성격과 생활습관, 필요한 돌봄을 살펴보며 맞는 요양보호사를 계속 찾는다.
인 센터장은 “열 번 맞지 않더라도 열한 번째에는 맞는 분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칭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기관으로 옮겼다가 다시 푸른재가복지센터를 찾는 보호자와 어르신도 있다. 부득이하게 센터에서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기관을 안내하지만, 그 이후에도 다시 연락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어르신과 보호자의 마음속에 푸른재가복지센터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곁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푸른재가복지센터 인진희센터장(사진=요양뉴스)
“주소 주세요, 가겠습니다” 전화보다 현장 먼저…
푸른재가복지센터의 매칭은 현장에서 시작한다. 장기요양등급 상담이나 서비스 문의가 들어오면 인 센터장은 가능하면 직접 가정을 방문한다. 한 번의 방문으로 판단하기보다 필요한 경우 여러 차례 만나 어르신의 상태와 보호자의 요구를 확인한다.
상담 전화가 오면 먼저 건네는 말도 “주소 주세요. 가겠습니다”이다. 전화 몇 통만으로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를 연결하기보다 직접 만나 생활환경과 성향을 살펴야 안정적인 매칭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은 센터 성장에도 밑거름이 됐다. 개원 첫해 연말 수급자 9명에서 시작해 이듬해 15명으로 늘면서 사회복지사를 채용했고, 현재는 약 65명의 수급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요양보호사도 약 67명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첫 번째 어르신에게 배운 ‘끝까지 해보는 힘’
개원 초 첫 번째로 만난 어르신 역시 돌봄이 쉽지 않은 사례였다. 다른 기관에서 소개한 어르신이었지만 인 센터장은 직접 여러 차례 방문하며 적합한 요양보호사를 찾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오히려 센터 성장의 계기가 됐다. 해당 어르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푸른재가복지센터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인연이 이어졌다. 이후 수급자와 보호자, 요양보호사의 소개를 통해 센터를 찾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인 센터장은 “최선을 다하다 보니 소개가 소개로 이어졌다”며 “수급자 확보 자체를 크게 걱정하기보다 한 분 한 분에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의 질문은 미루지 않는다
요양보호사를 관리하는 원칙도 분명하다. 현장에서 궁금하거나 불편한 점이 생기면 가능한 한 바로 해결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에게도 요양보호사가 업무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한다.
“내일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무실에는 항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직원이 있도록 운영한다. 작은 질문이라도 바로 답을 받을 수 있어야 요양보호사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센터에는 오랫동안 근무한 요양보호사도 많다. 장기근속 요양보호사가 다수이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년째 한 어르신을 책임지고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을 보면서 인 센터장은 돌봄 현장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다시 느낀다고 했다.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솔직함
인 센터장이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자신감’이다. 나이만으로 가능성을 판단하지 않는다. 현재 센터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 가운데에는 80대 요양보호사도 있다. 건강하고 의지가 있으며 어르신과 잘 맞는다면 나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화 상담 때 목소리와 대화 태도를 살펴보고, 실제 면접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어려운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인 센터장은 “좋은 의도라 해도 사실과 다르게 말해서는 안 된다”며 “요양보호사의 업무 기록 역시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요양보호사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기존 요양보호사들이 고령화되는 반면 젊은 층의 유입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방문요양기관들의 공통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요양보호사에게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라”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요양보호사에게는 특별한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먼저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해 일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쉬운 어르신’만 찾기보다는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 센터장은 “처음 어려운 환경을 경험하고 잘 극복하면 이후 현장에서도 훨씬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을 대하는 마음과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라고 말했다.
남성 요양보호사도 7명가량 활동하고 있다. 남성 어르신 돌봄을 비롯해 병원 동행이나 운동 지원 등 각자의 장점을 살린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수급자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매월 직원회의…형식보다 현장에 필요한 교육을
푸른재가복지센터는 매월 직원회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교육 이수 실적을 만들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들이 센터를 찾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다.
인 센터장은 형식적으로 수료증만 받는 교육보다는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에서 특정 형태의 가정이나 중증 어르신을 무조건 피하도록 인식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고 필요한 돌봄 방법을 배우는 것이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작은 실천 중 하나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센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안정적인 서비스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해의 노고를 격려하며 함께한 푸른재가센터 연말 시상식(사진=요양뉴스)
“수급자는 안전하게, 보호자는 안심하고, 요양보호사는 전문기술로 ”
인진희 센터장이 직접 만든 푸른재가복지센터 명함에는 센터가 지향하는 목표가 담겨 있다.
‘수급자는 안전하고, 보호자는 안심하고, 요양보호사는 전문기술로.’
앞으로는 함께 일해온 요양보호사들에게 여행과 같은 재충전의 기회를 마련하고, 장애인복지 분야의 사회복지사 등 새로운 인력도 채용해 센터의 역할을 넓혀가고 싶다는 계획이다.
인 센터장은 장기요양 현장에서 등급 판정이 실제 어르신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의 실제 기능 상태와 등급 사이에 차이가 크면 필요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재가복지센터가 개원 이후 지켜온 기준은 결국 처음 센터를 시작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다. 돌봄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어르신에게도 끝까지 방법을 찾아보는 것. 인진희 센터장은 그 원칙을 지키며 어르신과 보호자, 요양보호사가 함께 안심할 수 있는 돌봄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르신 돌봄을 꼼꼼히 준비하고 현장을 지원하는 푸른재가복지센터 사무실 모습(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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