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기원전 3세기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에게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죽음이었다.
진시황은 신하들에게 불로장생의 약을 찾도록 명령하고, 동쪽 바다에 사람을 보내 불사의 영약을 구하도록 했다. 2000년 전 기록을 적은 목간에서도 당시 중앙정부가 각 지역에 불로장생의 약을 찾으라는 명령을 전달한 흔적이 발견됐다.
그가 찾던 ‘불로초’는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늙지 않고 오래 살게 해준다는 음식과 약을 찾는 일은 이후 2000년 넘게 계속됐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2000년 넘게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림=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돌과 금속을 먹던 시대
고대 중국에서도 불로장생의 약은 반드시 ‘풀’이었던 것도 아니다.
도교 연단술에서는 변하지 않는 금속의 성질을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고 여겨 수은과 주사(황화수은), 금, 납 등을 약의 재료로 사용했다. 특히 붉은 광물인 주사는 장수와 불사의 약을 만드는 대표적인 재료 가운데 하나였다.
오늘날에는 수은이 신경계와 신장 등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독성물질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진시황 역시 불로장생을 위해 수은 성분이 들어간 약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만 그가 실제 수은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여러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는 가설이다.
올해 발표된 고고학 연구에서도 한·당나라 시대 상류층 유골에서 높은 수은 농도가 확인됐다. 당시 귀족층 사이에서 주사 등 수은 화합물을 이용한 연단약을 먹는 문화가 있었던 기록과도 맞아떨어진다.
19세기 미국에서 판매된 특허약 ‘Kickapoo Indian Sagwa’. 라벨에는 혈액·간·위·신장 질환 개선과 장수를 내세운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스미소니언 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만병통치약’이 상품이 되다
시대가 지나면서 불로장생의 약은 ‘무엇이든 고쳐주는 약’이라는 형태로 시장에 등장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이른바 ‘특허약(Patent Medicine)’이 크게 유행했다. 피로와 류머티즘, 소화불량, 피부질환 등 서로 다른 증상을 한 제품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약들이 쏟아졌다.
당시에는 의약품 규제가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일부 제품에는 많은 양의 알코올이나 아편 성분까지 들어 있었다. 신문과 잡지 광고를 통해 효능이 과장되면서 19세기 후반에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됐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이 시기를 특허약의 ‘황금기’로 설명한다.
제품의 이름과 포장은 달라졌지만 소비자에게 건넨 약속은 비슷했다. 이것 하나만 먹으면 더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20세기 들어 등장한 ‘진짜 영양소’
불로장생의 역사에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세기 초다.
1912년 폴란드 출신 생화학자 카시미르 풍크는 음식 속 특정 물질이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연구에서 ‘비타민(vitamine)’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이후 비타민 B1과 C를 비롯한 여러 비타민이 분리되고 합성됐다.
괴혈병, 각기병, 구루병처럼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질환 가운데 상당수가 특정 영양소 결핍과 관련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몸에 좋은 무엇인가를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오랜 믿음 가운데 일부가 처음으로 과학의 영역에 들어온 셈이다.
1940년대부터는 여러 영양소를 한 알에 담은 종합비타민 제품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성인 약 3명 중 1명이 종합비타민이나 복합 비타민·미네랄 제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6년의 불로초로 알려진 ‘NMN’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늙지 않는 약’을 찾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최근 대표적인 이름 가운데 하나가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이다.
NMN은 세포의 에너지 대사 등에 관여하는 NAD+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내 NAD+가 감소한다는 연구가 알려지면서 NMN이나 NR 등을 섭취해 NAD+를 높이려는 방법이 ‘항노화’ 분야에서 주목받았다.
동물실험에서는 대사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NMN이나 NR을 섭취했을 때 혈액이나 세포의 NAD 관련 지표가 상승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NAD 수치가 높아지는 것과 실제 노화가 늦춰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노화 연구 분야의 주요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노화연구리뷰(Ageing Research Reviews)에 올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33개 임상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NMN과 NR 섭취 후 NAD 관련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은 확인됐다. 그러나 운동능력이나 대사, 혈관 기능 등 실제 건강상 이점은 연구마다 결과가 달랐다.
즉 해당 연구진 역시 현재까지의 사람 대상 연구만으로 NMN이나 NR이 실제 노화를 늦춘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수은과 주사를 섞던 연단술에서 비타민을 거쳐 NMN까지, ‘장수’를 위해 사람이 먹는 것은 크게 달라졌다.
진시황이 원했던 것은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이었다. 2026년 사람들이 찾는 것은 그보다는 현실적인 ‘건강하게 늙는 시간’에 가깝다. 불로초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조금이라도 늦게 늙고 싶다는 욕망은 20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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