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라온’은 우리말 고어인 ‘즐거운’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라온데이케어센터가 추구하는 돌봄 역시 그 이름과 닮아 있다. 어르신을 단순히 안전하게 모시는 데 그치지 않고 잘 먹고, 즐겁게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루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센터가 생각하는 좋은 돌봄이다.
이 같은 노력은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라온데이케어센터는 2026년 7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표창장을 받았다. 황자면 센터장은 보호자 만족도 조사에서 어르신과 보호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송영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차량과 인력이 더 필요하더라도 여러 어르신이 오랜 시간 차량에 머무르지 않도록 송영차량을 충분히 운영한다. 센터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동으로 지치는 일을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 직접 현장에 나서는 라온데이케어센터장과 공로를 인정 받은 표창장(사진=요양뉴스)
17년 가족 돌봄 경험에서 시작된 데이케어
황 센터장은 간호학을 전공한 뒤 웨딩드레스 맞춤 디자인을 다시 공부하는 등 의료와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경험했다. 지금의 길로 들어서게 된 데에는 가족 돌봄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막내며느리로서 시아버지를 17년 동안 모셨고, 시아버지가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면서 노인 돌봄 현장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당시 시아버지가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에게 데이케어란 어떤 곳이어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회복지사인 지인의 권유로 요양재활병원에서 근무하며 어르신에 대한 이해와 임상 경험을 쌓았다.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간병 인력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돌봄에서 팀워크의 중요성도 배웠다.
특히 의료적으로 반드시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장기간 병원에서 생활하며 활동량과 기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데이케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낮 동안 활기찬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데이케어 운영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마련했다. 개원 초기에는 이용 어르신이 몇 명에 불과해 센터장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고 행정업무까지 챙겼다. 세무와 사무 분야는 남편이 힘을 보탰다. 이후 이용자가 늘면서 공간을 확대했고 현재는 70여 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등급이어도 다르다…층별 맞춤 운영
라온데이케어센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어르신의 인지와 신체상태를 고려한 층별 운영이다. 층을 나누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관리도 복잡해지지만, 같은 장기요양등급이라도 실제 인지상태와 의사소통 능력, 프로그램 이해 정도는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아침 등원 때부터 어르신의 표정과 움직임, 대화를 살핀다. 간단한 질문을 통해 그날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어떤 어르신과 함께 앉았을 때 서로 대화가 잘 이어질지도 고려한다.
등원시간이 서로 다른 아침에는 자유선택활동도 운영한다. 걷기, 개별운동, 발 마사지 등 어르신에게 필요한 활동을 진행하고 동화구연 이후에는 사후활동까지 연결한다. 모든 어르신에게 똑같은 것을 요구하기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살펴 프로그램 참여 방법도 달리한다.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부강사 선정에도 공을 들인다. 악기를 활용한 음악수업, 건강체조, 가야금과 국악·민요,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문성을 갖춘 강사를 초빙한다. 실버음악심리치료는 대학 교수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진행해 어르신들의 호응도 높다.
수채화와 동양화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수채화 작품으로 전시회까지 열었고 일부 층에서 시작한 미술활동은 다른 층으로 확대됐다. 센터 벽면 곳곳에는 어르신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어르신에게는 성취감을, 보호자에게는 부모님의 센터 생활을 확인하는 즐거움을 준다.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춘다”며 참여를 망설이는 어르신에게도 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거나 지켜보기만 하도록 하고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기다려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노래를 부르고 몸을 움직이면서 자신도 몰랐던 끼를 보여주는 어르신들이 생긴다. 황 센터장은 이처럼 숨어 있던 즐거움과 재능을 찾아주는 것도 데이케어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수업과 강사진 운영에 정성을 기울이는 라온데이케어센터(사진=요양뉴스)
먹는 즐거움부터 치매 어르신의 감정까지 세심하게
‘즐거움’은 프로그램에만 머물지 않는다. 센터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음식이다.
이용자가 50명을 넘으면서 한때 외부업체에 식사를 맡겼지만 센터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다시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고기 반찬을 꾸준히 제공하고 저녁에는 잡곡밥을 준비한다. 죽도 다양하게 조리하고 식혜와 같은 간식도 자주 제공한다. 식사와 간식 사진은 온라인 밴드에 올려 보호자들이 부모님이 무엇을 드셨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황 센터장은 “라온은 ‘즐거운’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르신에게는 먹는 즐거움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매 어르신을 바라보는 방식 역시 행동보다는 그 안에 있는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치매로 감정 표현이 강해졌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문제행동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음에도 상태가 달라지거나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주치의 상담을 권한다. 평소 어르신의 상태를 세심하게 기록하고 필요하면 의료진과 상의하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치매 어르신의 불안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황 센터장의 생각이다. 불안한 시간을 보내게 하기보다 재미있는 활동과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병원에 다녀오는 날에도 늦게라도 센터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다.
빙고와 같은 인지프로그램에는 작은 간식을 활용해 참여의 재미를 높이고 신체활동 역시 가능한 범위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피곤하거나 쉬고 싶은 어르신에게는 언제든 개별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요양보호사가 센터의 얼굴”…직원이 행복해야 돌봄도 좋아진다
라온데이케어센터가 어르신의 즐거움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직원의 행복이다.
황 센터장은 “요양보호사가 센터의 얼굴”이라고 강조한다. 어르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요양보호사인 만큼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행복해야 그 마음이 어르신에게도 전달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퇴근시간을 최대한 지키고 휴가 역시 직원이 실제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상황에 따라 긴 휴가도 허용해 장거리 여행이나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 같은 근무환경 속에서 장기근속하는 직원들도 많다.
채용할 때도 센터장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일정한 적응기간을 두고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까지 살핀다. 센터장에게만 좋은 직원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좋은 돌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라온데이케어센터는 돌봄을 정해진 시간 동안 어르신을 보호하는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은 변화와 감정을 살피고 보호자에게 현재 상태를 알리며 앞으로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까지 센터의 역할이라고 본다.
인지기능이 점차 저하될 때는 보호자가 향후 요양원이나 다른 돌봄 방법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상담하며 어르신과 가족의 마지막 과정까지 함께하려 한다.
잘 먹고, 즐겁게 웃고, 노래하고 움직이며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 그리고 그 곁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요양보호사. ‘즐거운’이라는 이름을 품은 라온데이케어센터는 어르신의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즐겁게 만드는 것에서 좋은 돌봄의 답을 찾고 있다.
돌봄에 휴식까지 더해 머무는 시간까지 편안하도록 마련된 공간(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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