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최영경 행복한재가복지센터 센터장이 재가복지 현장에 뛰어든 출발점에는 한 가지 문제의식이 있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좋은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해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특히 혼자 생활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뿐 아니라,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자녀와 떨어져 생활하며 질병과 외로움을 함께 감당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최 센터장은 이들을 단순한 복지서비스 이용자가 아닌 오늘의 사회를 만들어온 부모세대로 바라봤다. 그는 “자녀가 부모님을 사랑으로 모시는 것이 가정의 효도라면, 국가의 제도와 지역사회의 돌봄을 통해 어르신을 보살피는 것은 사회가 함께 실천하는 또 하나의 효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어르신의 일상을 살피는 행복한재가복지센터 최영경센터장(사진=요양뉴스)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 장기요양제도 알려
센터가 위치한 곳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북문 인근이다. 개원 초기 최 센터장은 상담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지역 주민들에게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알렸다.
은마아파트와 인근 아파트에 장기요양보험의 이용 대상과 신청방법을 담은 안내물을 배포했다. 당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주민이 시간이 지난 뒤 보관해 둔 자료를 보고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시설에 입소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 센터장은 제도를 강요하기보다 이야기를 먼저 듣고, 장기요양서비스가 익숙한 집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보험제도라는 점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특히 “장기요양서비스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베푸는 혜택이나 시혜가 아니다. 어르신들이 그동안 장기요양보험료를 부담해 왔고, 이제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을 때 그에 따른 서비스를 당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센터를 찾는 보호자도 늘고 있지만 정확하고 과장 없는 상담은 여전히 중요한 운영 원칙이다.
쓰러진 독거어르신과의 만남…제도보다 먼저 마음을 열다
개원 초기 만났던 대치동의 한 독거어르신은 최 센터장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쓰러져 문을 열지 못한 어르신이 구급대의 도움으로 병원에 이송된 상황이었다. 평소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웠다.
처음에는 외부의 도움을 경계했으나 최 센터장이 병원 진료와 이동을 돕고 꾸준히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이후 장기요양등급 신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방문조사 과정까지 도왔다.
서비스가 시작된 뒤에는 생활 속 작은 일까지 상의할 만큼 가까워졌다. 최 센터장은 이 경험을 통해 행정절차 못지않게 어르신이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요양보호사는 ‘센터의 얼굴’…기술보다 태도까지 살핀다
행복한재가복지센터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성원은 현장에서 어르신을 직접 만나는 요양보호사다.
최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를 정해진 서비스를 수행하는 종사자가 아니라 어르신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돌봄의 동반자로 본다. 식사와 이동, 위생관리뿐 아니라 말벗이 되고 건강 변화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교육 역시 법정 의무교육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인인권과 학대예방, 응급상황 대처, 감염관리, 낙상예방 등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실제 사례도 공유한다.
채용 과정에서는 경력과 함께 인성, 배려심, 책임감, 시간개념을 중요하게 살핀다. 신규 요양보호사의 경력과 경험을 충분히 살펴 어르신의 돌봄 특성과 적합성을 고려해 배치하고,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매월 직원회의를 통해 돌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개선할 점을 함께 논의한다
최 센터장은 “전문성은 교육으로 높이고, 책임감은 신뢰로 키우며, 따뜻한 돌봄은 서로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맞는 사람’보다 ‘어르신과 잘 맞는 사람’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매칭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근무시간과 이동거리만 보고 배정하기보다는 어르신의 건강상태와 필요한 서비스, 성격, 생활습관, 대화방식을 파악하고 요양보호사의 경험과 성향까지 함께 고려한다. 최 센터장은 이를 ‘사람과 사람의 궁합을 맞추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서비스 시작 후 약 한 달은 서로를 알아가는 적응기간으로 본다. 어르신과 보호자, 요양보호사의 의견을 듣고 불편한 부분이 발생하면 상담을 통해 조정한다.
다른 기관에서 돌봄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부탁해 온 어르신도 있었다. 처음에는 관계 형성이 쉽지 않았지만 성향에 맞는 요양보호사를 연결한 뒤에는 방문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관계가 좋아졌다.
최 센터장은 “좋은 매칭은 사람 한 명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과 요양보호사가 편안하게 오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인연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르신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센터 운영에 함께 힘을 쏟고 있는 공동대표(사진=요양뉴스)
“내가 하지 않으면 가족이 힘들잖아요”…현장에서 이어지는 책임감
최 센터장이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에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다.
장기요양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상태가 악화되고 치매 증상까지 나타난 한 어르신은 대소변 실수가 잦아지며 돌봄 강도가 높아졌다. 담당 요양보호사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목욕과 위생관리, 생활환경 정리를 꾸준히 이어갔다.
요양보호사는 “내가 하지 않으면 아들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어르신뿐 아니라 가족의 어려움까지 걱정했다. 보호자 역시 시설 입소를 고민했지만 가능한 한 가정에서 계속 모시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최 센터장은 이런 모습을 보며 좋은 요양보호사가 센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했다. 센터는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의견을 듣고, 우수 요양보호사에게 포상과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등 현장의 노력을 격려하고 있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어르신…신뢰의 의미 되새겨
센터를 운영하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낀 순간 가운데 하나는 다른 기관으로 옮겼던 어르신과 보호자가 다시 센터를 찾아왔을 때였다.
한 가정은 다른 기관을 이용한 지 일주일 만에 돌아왔고, 또 다른 이용자는 약 한 달 뒤 다시 서비스를 요청했다. 최 센터장은 새로운 이용자를 만나는 것도 감사하지만 다시 센터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돌봄과 관계를 기억해 준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가정에서는 먼저 어머니가 센터를 이용한 뒤 만족도가 높아 아버지까지 서비스를 맡긴 사례도 있다.
“반대로 오랜 기간 돌보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거나 시설에 입소하면서 헤어지는 순간도 있었다. 최 센터장은 ‘오랫동안 정을 나눈 어르신과 헤어질 때면 단순히 한 분의 수급자와 헤어진다는 생각보다, 부모님 한 분과 헤어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허전하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런 경험을 통해 이용자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 맡고 있는 어르신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원칙을 세웠다. 다른 기관을 이용하는 어르신을 의도적으로 데려오는 방식의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수급자’보다 먼저 한 분의 부모님으로
최 센터장이 운영 과정에서 판단이 어려울 때 떠올리는 기준은 단순하다.
“내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해드렸을까.”
내 부모님이라면 어떤 요양보호사를 만나게 해드리고 싶은지, 몸이 불편할 때 어떤 설명과 도움을 받고 싶은지를 생각하면 센터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르신이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대신해 주기보다 현재 가진 능력을 가능한 한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필요한 부분을 요양보호사가 보완하면서 익숙한 가정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오래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방문요양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도 함께 살핀다. 한여름에도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어르신에게는 요양보호사의 건강과 근무환경을 설명하며 적절한 냉방이 필요한 이유를 안내하는 등 현장의 작은 문제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영경 센터장은 행복한재가복지센터가 앞으로도 규모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지금 맡고 있는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는 기관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돌봄은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부모세대가 필요한 시기에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마지막까지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이다.
최 센터장은 이러한 돌봄의 철학을 이렇게 정리했다.
“어르신을 수급자로 보기 전에 한 분의 부모님으로 바라보는 것, 도움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드리는 것, 그리고 마지막까지 존중받으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곁을 지켜드리는 것. 그것이 행복한재가복지센터가 지켜가고 싶은 돌봄입니다.”
어르신을 내 부모처럼 생각하는 마음으로 돌봄을 이어가는 행복한방문요양센터(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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