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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집, 자녀에게 남길까 돌봄비로 쓸까…‘상속 vs 돌봄’

  • 김혜진 기자
  • 2026-10-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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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김혜진 기자] 부모가 평생 마련한 집 한 채. 자녀에게 물려줄 상속재산으로 남겨야 할까, 부모의 병원비와 요양비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나을까.

고령층의 자산은 늘고 있지만 매달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상대적으로 적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4억9,279만원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73만7천원이다.

건강이 나빠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더라도 시설급여는 비용의 20%를 본인이 부담하고 식재료비와 이미용료 등 비급여 항목도 별도로 내야 한다. 재가급여의 본인부담률은 15%다.

집은 있지만 돌봄에 쓸 현금이 부족한 이른바 ‘자산은 있고 소득은 적은’ 고령가구가 주택연금을 다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생 마련한 집 한 채. 상속 혹은 돌봄이냐, 고령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평생 마련한 집 한 채. 상속 혹은 돌봄이냐, 고령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

5억 집, 매달 154만원으로

주택연금은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부부 중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고 부부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2026년 3월 이후 신규 가입자 기준으로, 부부 중 연소자가 70세이고 일반주택 가격이 5억원이라면 종신 정액형 주택연금은 월 153만9천원이다. 7억원이면 215만5천원, 9억원이면 277만원이다.

가령 70세 고령자가 5억원짜리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집을 팔지 않고도 매달 약 154만원의 현금흐름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돈의 사용처가 돌봄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생활비나 의료비 등에도 쓸 수 있다. 다만 장기요양이 필요해진 고령자에게는 주택이라는 묶여 있던 자산을 매달 필요한 요양비와 생활비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주택연금 받으면 집은 못 물려줄까

주택연금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속이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으면 자녀에게 남길 재산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구조는 조금 다르다.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담보주택을 처분해 그동안 지급된 연금과 이자·보증료 등을 정산한다. 주택 처분금액이 연금대출 잔액보다 많으면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집값보다 연금대출 잔액이 많더라도 부족분을 상속인에게 별도로 청구하지 않는다.

상속인이 집을 계속 보유하고 싶다면 연금대출을 직접 상환한 뒤 주택을 넘겨받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은 ‘상속을 포기하는 제도’라기보다, 집의 가치 일부를 부모 세대가 생전에 먼저 사용하는 구조에 가깝다.

올해 6월에는 ‘세대이음 주택연금’도 도입됐다. 부모가 근저당권 방식 주택연금을 이용하다 사망한 뒤 55세 이상 자녀가 같은 주택으로 새 주택연금에 가입해 부모의 주택연금 대출을 상환하고, 이후 자신도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요양원 들어가도 주택연금 가능

돌봄과 관련해 달라진 부분도 있다. 

과거에는 주택연금 가입 때 담보주택에 실제 거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는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한 경우 등에는 가입 단계에서도 실거주 의무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부부 합산 1주택자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미 주택연금을 이용하던 중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에도 공사의 승인을 받으면 연금 이용을 계속할 수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존 주택을 보증금 없는 월세로 임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령자의 집은 오랫동안 ‘자녀에게 남길 재산’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장기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늘면서 집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가족에게 남길 집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할 것인지, 그 가치의 일부를 부모의 생전 의료·돌봄·생활비로 사용할 것인지. 고령사회에서 주택은 상속재산인 동시에 노후를 지탱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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