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하루에도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 먹고, 정해진 시간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령자에게 신약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약이 하나 더 나왔다’는 데 있지 않다.
최근 파킨슨병과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보면 공통적인 변화가 보인다. 더 정확하게 치료하고, 약을 먹거나 맞는 횟수를 줄이며, 가능하면 병이 많이 진행되기 전에 개입하려는 방향이다.
쉽게 말하면 ‘더 센 약’보다 더 정확하고, 더 편하고, 더 일찍 쓰는 약을 만드는 경쟁에 가까워지고 있다.
파킨슨병, 도파민을 채우는 데서 ‘받는 곳’을 골라 자극
파킨슨병은 뇌에서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도파민이 부족해지면서 떨림이나 몸이 굳는 증상, 움직임 저하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노화 질환 중 하나이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대표적인 치료제인 레보도파는 쉽게 말해 부족해진 도파민을 다시 채워주는 방식이다. 자동차 연료가 부족할 때 연료를 보충하는 것과 비슷하다. 효과가 뛰어나 지금도 파킨슨병 치료의 중심이지만, 질환이 오래되면 약효가 유지되는 시간이 짧아지거나 이상운동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도파민을 직접 보충하는 대신, 도파민이 왔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약도 있다. 뇌에는 도파민 신호를 받는 D1부터 D5까지 여러 종류의 ‘수신기’가 있는데, 기존 도파민 작용제는 주로 D2·D3라는 수신기를 자극해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9월 승인한 타바파돈은 여기서 다른 길을 택했다. 기존 약들이 주로 사용하던 D2·D3 대신 D1·D5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직접 자극한다. 이 방식의 파킨슨병 치료제가 미국에서 승인된 것은 처음이다.
임상시험에서는 기존 레보도파를 복용하면서도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이 있던 환자에게 타바파돈을 추가했을 때, 불편한 이상운동증 없이 몸을 비교적 잘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1.7시간 늘었다. 위약군은 0.6시간 증가했다.
다만 기존 치료제를 대체하거나 파킨슨병 진행 자체를 멈추는 약은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존 레보도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하나 추가된 것에 가깝다.
매일 맞던 인슐린, 일주일에 한 번
당뇨병에서는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는 변화가 눈에 띈다.
FDA는 지난 9월 성인 2형 당뇨병 환자가 일주일에 한 번 맞는 기저인슐린 ‘온스윅’을 승인했다.
기존에 하루 한 번 주사를 맞던 환자라면 1년 약 365회의 주사가 약 52회로 줄어든다. 매일 내던 숙제를 일주일에 한 번 내는 것과 비슷하다.
3상 임상시험에는 2형 당뇨병 환자 3,4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주 1회 인슐린도 기존의 매일 맞는 기저인슐린과 비교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고령자에게는 주사 횟수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다. 주사 시간을 놓치는 일을 줄이고 가족이나 돌봄종사자의 투약 관리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생긴 뒤가 아니라, 생기기 전에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더 앞선 시점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사용되는 도나네맙은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다. 미국에서는 2024년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 환자 치료제로 승인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직 뚜렷한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에게 미리 치료했을 때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소방에 비유하면 과거에는 집에 불이 난 뒤 불길을 줄이는 치료였다면, 지금은 연기가 보일 때부터 불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단계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Lilly의 도나네맙 (사진=Lilly 제공)투약 횟수를 줄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존 치료를 마친 환자에게 약을 1년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도 임상시험에서 확인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연구인 만큼 ‘치매 예방주사’가 등장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다만 치료 시점을 더 앞당기고 치료 부담을 줄이려는 방향은 분명하다.
파킨슨병과 당뇨병, 알츠하이머병은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최근 신약 개발에서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필요한 곳을 더 정확하게 치료하고, 약을 먹거나 맞는 부담을 줄이고, 가능하면 더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파킨슨병 신약과 주 1회 인슐린은 미국 FDA 승인 기준이며 국내 허가와 사용 여부는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전 치료와 연 1회 투여 역시 현재 임상시험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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