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전형수 기자]
어르신이 여러 명 함께 생활하는 데이케어센터라고 해서 모든 어르신에게 똑같은 돌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도 다르고, 편안하게 느끼는 활동도 다르며, 건강상태와 살아온 삶 역시 모두 다르다.
마리아데이케어센터 최지영 센터장이 강조하는 돌봄은 그래서 ‘따로 또 같이’다.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은 살리되 한 분 한 분의 취향과 건강상태, 성향과 욕구는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센터장은 간호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프로그램에서는 획일적인 참여를 요구하기보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을 존중하는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
어르신의 건강과 일상 회복을 함께 지원하는 마리아데이케어의 외부 전경(사진=요양뉴스)
간호사가 직접 살피는 건강관리…“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도록”
마리아데이케어센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간호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건강관리다. 최 센터장 역시 간호사 출신이며 센터에는 베테랑 간호사 두 분이 더 근무하고 있어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있다.
단순히 혈압과 체온 등 기본적인 바이탈 체크에 머물지 않는다. 평소와 다른 반응이나 행동양상, 인지, 정서 상태 등을 살피고 필요할 경우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해 적절하게 대응을 하실 수 있도록 상담을 한다. 어르신이나 보호자의 진료나 건강에 대해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할지 어려워하는 경우에도 상황에 맞는 의료기관 이용을 돕는다.
다양한 지병으로 다양한 투약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올바른 투약을 수행하며, 어르신의 컨디션과 관련되어 의료기관과 상의해야 할 부분을 설명하고, 진료시 참고할 만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안내한다.
최 센터장은 “데이케어에서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보다 증상들을 빨리 알아차려 의료기관 연계를 적절한 시기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뿐 아니라 지속적인 자가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고 가정에서 보호자가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처럼 센터의 건강관리는 ‘치료’보다 관찰과 예방, 적절한 의료 연계에 무게를 둔다. 어르신의 작은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막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에서다.
신체·정서·인지 프로그램도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지 않아
프로그램 역시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부 전문 강사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는 음악·체육·체조 프로그램이 있고,
음악이나 이야기를 듣고 표현하는 활동으로 연결하는 인지 프로그램 등도 있다.
어르신마다 선호하는 활동이 다르다는 점도 세심하게 반영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르신이 있는 반면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활동을 부담스러워하는 어르신도 있다. 조용히 듣는 것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몸을 움직여야 즐거워하는 분도 있다.
이에 따라 조용한 시간과 활기찬 시간을 적절히 구성하고 미술, 음악, 글, 숫자, 앉아서 하는 활동과 서서 참여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준비한다.
음악의 폭도 넓다. 국악, 클래식, 트로트 등 특정 장르에 한정하지 않는다.
센터에는 다양한 외국어가 가능하여 칸초네, 엔가, 팝송,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즐겨 부르는 어르신도 계셔 처음에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낯설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래방 시간에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최 센터장은 이 같은 운영방식을 “따로 또 같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어르신이 단체 프로그램을 못한다고 해서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원하시는 활동, 익숙한 활동을 하시고 차차 해보지 않고 선호하지 않는 활동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게 한다.
하던 것을 중단하고 쉴 수도 있고, 다른 어르신들과 다르게 본인이 준비해 오신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돕는다.
최 센터장은 “처음부터 모두에게 똑같은 것을 하기보다는 그분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체생활 속에서도 개인의 취향을 지켜주는 것이 결국 센터 적응과 관계 형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함께 어울리며 각자의 속도로 참여하는 인지활동 시간(사진=요양뉴스)
부축받아 들어오던 어르신이 화장하고 외출할 만큼 달라져
돌봄의 보람을 느끼게 한 사례도 있다.
처음 센터를 이용했을 당시 기력이 떨어져 부축을 받아야 했던 한 어르신은 센터 생활에 적응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
몸 상태가 좋아지자 외모에도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발을 다시 착용하고 화장을 하며 옷차림도 직접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건강상태와 일상생활이 크게 회복돼 개인적인 모임과 외부활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됐고, 결국 데이케어센터 이용을 종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셨다. ’나’를 회복하신거다.
센터 입장에서 이용자가 줄어드는 일이지만 최 센터장에게는 오히려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어르신이 좋아지셔서 다시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좋은 결과일 수 있습니다.”
데이케어가 어르신을 계속 머물게 하는 곳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다시 자신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양보호사 채용의 첫 번째 기준은 ‘성장하려는 마음’
마리아데이케어센터가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경력만은 아니다.
처음에는 서툴더라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어르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교육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어르신에 대한 존중이다.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행동이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더라도 어르신을 아이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최 센터장의 생각이다. 최 센터장은 돌봄 과정에서 어르신을 아동처럼 취급하는 ‘유아화’는 피해야 하며 인지기능이 저하된 어르신이라도 한 사람의 성인으로 존중하는 언어와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는 경어를 사용하고, 한 사람의 귀한 손님을 모시듯 존중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최 센터장은 “어르신들은 직원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지, 누가 열심히 하는지를 다 알고 계신다”며 “돌봄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은 어르신을 헤아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부 프로그램 내용도 센터에서 직접 기획한다. 다양한 전공을 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미술 프로그램을 함께 의논하거나, 게임을 개발하거나, 자체 학습지를 제작해 어르신 프로그램에 활용한다.
또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신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심리와 욕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와 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선택활동과 여가 프로그램으로 어르신의 활력 있는 하루를 돕고 있다.(사진=요양뉴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시작한 데이케어…코로나 속에서도 문을 열다
마리아데이케어센터의 시작에는 최 센터장의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입소하기에는 이른 상태였고, 데이케어가 가장 적절했지만 가시지 않겠다고 단호하셨다. 결국 집에서 혼자 돌봄을 계속하면 어머니와 가족 모두가 지칠 수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
일을 계속하면서 돌봄을 병행할 방법을 찾던 중 지인의 권유로 데이케어센터 운영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간호사 자격과 현장 경험을 살려 직접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르신들이 센터 이용을 꺼리던 시기여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돌봄이 절실했던 어머니와 비슷한 사정의 어르신들을 모아 어렵게 시작을 했다.
처음 계획은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송영 문제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갈 수 없었고, 가까운 지역은 임대료 부담이 컸다. 현실적인 운영을 위해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정원을 늘려 51명 규모로 시작했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에다가 코로나 시기였던 만큼 쉽지 않았지만 센터 운영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 어르신이 조금씩 늘었고 이후 정원이 채워지고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토요일 이용을 원하는 어르신도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한 번 큰 고비가 찾아왔다.
센터를 시작하게 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기존 공간을 계속 사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센터를 접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쉽게 갈 수 있는 다른 공간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시 건물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예상보다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게 됐다. 이전 과정에서 시설 확장과 스프링클러 설치 등으로 부담도 있었지만 어르신들과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옮겼다.
최 센터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만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건물이 너무 자연스럽게 구해졌다”며 “계속하라는 뜻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위해 시작했던 작은 고민은 이제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하루를 보내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간호사가 세심하게 건강을 살피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며, 모두가 같은 시간표 안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곳.
마리아데이케어센터가 말하는 ‘따로 또 같이’의 돌봄은 그렇게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고 있다.
'따로 또 같이'의 돌봄을 실천하며 어르신의 건강과 일상 회복을 돕는 최지영 센터장(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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