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박지성 기자] 부모가 치매에 걸려 통장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금융계약 내용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면 돈과 재산은 누가 관리해야 할까.
가족이 함께 산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겼고, 재산 문제로 가족 간 갈등까지 있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정부가 이런 치매환자를 위해 공공후견과 재산관리 지원을 확대한다.
인구전략위원회가 14일 발표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약 300명 수준인 치매 공공후견 지원 인원을 2030년까지 19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선후견인 법제화와 후견인 관리·감독체계 개선도 추진한다.
정부는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2023년 124만명에서 2050년 397만명으로 늘고, 이들이 보유한 재산도 같은 기간 154조원에서 48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 돌봄뿐 아니라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문제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몸을 누가 돌볼 것인가’와 함께 ‘돈과 권리를 누가 지킬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AI기반 요양뉴스 재구성)통장부터 병원 진료까지 돕는다
공공후견인은 단순히 치매환자의 돈을 대신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치매로 판단능력이 떨어졌지만 스스로 후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정하면, 통장 등 재산관리부터 관공서 서류 발급, 복지서비스 신청, 병원 진료와 약 처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치매 어르신이 매달 임대료와 공과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거나 병원 진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후견인이 필요한 업무를 도울 수 있다.
현재 치매공공후견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우선 지원하고 있으며, 권리를 대신해 줄 가족이 없거나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한 치매환자 등이 주요 대상이다.
재산은 국가가 대신 맡아 관리
재산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본인이나 후견인이 신탁계약을 맺으면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맡아 생활비와 의료비 등 필요한 지출을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2028년 본사업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치매가 진행된 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통장을 임의로 관리하는 대신,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공적인 기관이 돈을 관리하도록 맡기는 방식이다.
정부는 여기에 고령자의 이상금융거래가 발견됐을 때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금융기관이 가족에게 알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이스피싱이나 불필요한 금융상품 가입 등 판단능력 저하를 악용한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치매정책은 그동안 조기검진이나 치료,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치매환자가 늘고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 규모도 커지면서 이제는 ‘몸을 누가 돌볼 것인가’와 함께 ‘돈과 권리를 누가 지킬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계획대로 공공후견과 재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앞으로 치매 돌봄의 범위는 식사와 병원동행 같은 생활지원에서 재산·계약·의사결정 보호까지 지속적으로 넓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저작권자 © 요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