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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봉사에서 시작된 마음”…신경자 센터장이 지켜온 돌봄의 길

  • 전형수 기자
  • 2026-10-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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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전형수 기자]

분당재가노인복지센터가 자리한 상가 입구에는 신경자 센터장의 사무실이 있다. 문은 늘 열려 있다. 센터를 찾아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길이나 상가 위치를 묻는 이가 있으면 신 센터장은 웃으며 말을 건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얼굴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즐기는 표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어쩌면 신 센터장의 돌봄도 이 모습에서 시작됐는지 모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의무나 일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신 센터장이 노인 돌봄의 길을 걷게 된 출발점에도 ‘봉사’가 있었다. 처음부터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회 활동을 하며 무의탁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봉사와 도시락 봉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됐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을 만날수록 자신이 노인을 돌보는 일에 애정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봉사를 하면서 힘들기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다. 이후 사회복지사를 공부하고 가정봉사원파견센터에서 경험을 쌓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직접 어르신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목욕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도시락 하나를 건네고 어르신의 목욕을 돕던 시절 느꼈던 즐거움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센터 문을 열어두고 사람들을 반갑게 맞는 모습처럼, 신 센터장이 지켜온 돌봄의 출발점에는 늘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돌봄의 길을 이어온 신경자 센터장(사진=요양뉴스)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돌봄의 길을 이어온 신경자 센터장(사진=요양뉴스)

 

‘내 사람’이라는 믿음…장기근속이 만든 안정적인 돌봄

신 센터장이 센터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 가운데 하나는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방문요양은 수급자가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서비스가 종료되면 요양보호사의 일자리도 함께 끊길 수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일찍부터 센터 자체적으로 퇴직연금과 근속수당 등을 마련하며 장기근속을 독려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센터와 함께한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가 많다. 한 가정에서 오랜 기간 같은 어르신을 돌보며 가족처럼 관계를 이어가는 요양보호사도 있다.

신 센터장은 직원들에게 ‘내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듣지 않고 센터가 중간에서 상황을 살핀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역시 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에게 좋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르신의 ‘자기결정권’이 돌봄의 출발점

신규 수급자가 센터를 찾으면 신 센터장은 가능하면 직접 가정을 방문한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보호자의 요구보다 어르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다.

요양보호사를 파견할 때도 어르신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자기결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치매가 있는 어르신이라 하더라도 돌봄 제공자의 판단을 일방적으로 따르게 하기보다 어르신의 의사를 충분히 듣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치매가 있다고 해서 어르신의 마음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 한마디로도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다독이며 돌봐야 합니다.”

기록과 평가에서도 특별한 비법보다는 평소의 기본을 강조한다. 해야 할 기록을 미루지 않고 어르신의 상태와 만족도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가 함께 이러한 기본을 지켜온 것이 센터 운영의 안정성과 수급자 만족도로 이어졌다고 본다.

열린 창 너머로 이웃의 작은 물음에도 귀 기울이는 신경자 센터장(사진 =요양뉴스)
열린 창 너머로 이웃의 작은 물음에도 귀 기울이는 신경자 센터장(사진 =요양뉴스)

 

“모두가 치매파트너가 돼야 합니다”

장기요양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질환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뇌졸중 어르신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치매 어르신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 신 센터장이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 치매 돌봄을 장기요양기관이나 가족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역 주민 모두가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는 ‘치매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치매 어르신이 시장이나 마트, 거리에서 갑자기 당황하거나 길을 잃는 상황을 만났을 때 주변 사람이 조금만 기다려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르신이 살던 지역에서 계속 생활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치매 어르신을 시설 안으로만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살던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요양기관뿐 아니라 협회와 지자체, 국가,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돌봄은 결국 누군가 한 사람에게 책임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서로를 살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벽면을 가득 채운 상패가 신경자 센터장의 꾸준한 활동을 보여준다(사진=요양뉴스)
벽면을 가득 채운 상패가 신경자 센터장의 꾸준한 활동을 보여준다(사진=요양뉴스)

 

협회장으로 기관 간 경쟁보다 ‘함께 가는 관계’ 만들어

신 센터장은 센터 운영뿐 아니라 지역 장기요양기관의 발전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성남시재가 장기요양 기관협회 협회장을 맡았을 당시에는 기관 간 지나친 경쟁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힘썼다. 현재도 조정위원으로 활동하며 기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 센터장들이 서로를 경쟁자로 보기보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센터장들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부담 없이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대외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 센터를 지켜온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들이 있다.

신 센터장은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잘해줬기 때문에 센터 운영과 협회 활동을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 복지 지원…돌봄 종사자가 안정돼야 서비스도 좋아진다

신 센터장은 성남시의 노인복지와 장기요양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현장에서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기요양 종사자들의 처우와 복지를 위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을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결국 어르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도 연결된다.

신 센터장은 장기요양이 어느 한 기관만 잘한다고 완성되는 서비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수급자와 보호자,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장기요양기관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함께 움직여야 좋은 돌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좋은 돌봄은 결국 함께 더불어 가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더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살펴주는 지역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도시락 하나를 건네던 봉사에서 시작된 마음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센터 문을 열어두고 낯선 이에게도 웃으며 길을 알려주는 모습처럼, 신경자 센터장의 돌봄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가 바라는 돌봄의 마지막 모습 역시 한 사람을 시설 안에서 보호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치매가 있어도 살던 동네에서 이웃과 관계를 이어가며 함께 살아가는 것. 신 센터장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지켜온 돌봄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향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공간과 지역 어르신을 맞이하는 센터의 모습(사진=요양뉴스)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공간과 지역 어르신을 맞이하는 센터의 모습(사진=요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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