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뉴스=김혜진 기자] 사람을 들어 옮기고, 이동을 돕고, 위험상황을 살피는 로봇이 요양현장에 실제로 들어오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 최대 로봇산업 전시회인 ‘2026 로보월드(ROBOTWORLD 2026)’가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국내외 402개 기업·기관이 1,198개 부스로 참가한다. 참가기업과 부스 수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휴머노이드와 제조 AX, 피지컬 AI를 비롯해 서비스·의료·재활 분야의 다양한 로봇이 전시된다.
로보월드 전시회 전경 (사진=로보월드)올해 행사에서 눈에 띄는 공간 중 하나는 ‘K-로봇 공공프리마켓’이다.
정부가 내년 처음 시행할 로봇 공공보급 사업을 앞두고 공공기관이 실제 도입 가능한 로봇을 직접 살펴보도록 마련한 자리다. 22개 기업이 참여해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사륜구동 로봇뿐 아니라 돌봄로봇도 주요 기능을 시연한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전시 현장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기업들과 활용 가능성을 논의한다.
산업통상부도 지난달 공공분야 로봇 활용 설명회를 열면서 올해 로보월드에서 휴머노이드, 이동로봇과 함께 돌봄로봇을 선보여 공공기관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공공보급에 필요한 제품 성능과 운용 요건, 사후관리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내년 공공보급 사업에서 어떤 돌봄로봇이 어느 기관에 얼마나 공급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의 돌봄로봇 HUG 사례 (사진=일본 HUG)‘사람 대신’보다 ‘힘든 일 덜어주는 로봇’
돌봄로봇 개발은 이미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정부 연구개발 사업에서는 이승보조와 욕창예방, 식사보조, 배설보조뿐 아니라 이동·목욕·근력보조·모니터링·커뮤니케이션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가정 등이 주요 실증 장소다.
요양현장에서 관심이 높은 분야 가운데 하나가 ‘이승보조’다. 침대에 누운 어르신을 휠체어나 목욕의자, 변기 등으로 옮길 때 요양보호사의 신체 부담을 줄여주는 장비다.
관련 실증연구에서는 돌봄인력이 직접 어르신을 들어 옮기는 것보다 이승보조로봇을 사용할 경우 근육 사용량과 작업 부담이 감소하는 결과도 보고됐다.
서울시 역시 시립 노인요양시설을 대상으로 배설케어·재활로봇을 보급하고 이승보조로봇과 근력보조 웨어러블로봇 등의 실증을 추진해 왔다. 목적은 입소자의 돌봄서비스를 개선하는 동시에 종사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데 있다.
현장 종사자들도 로봇의 필요성 자체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련 조사에서는 돌봄 제공인력의 86%가 돌봄로봇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대하는 역할로는 신체 부담 경감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이승·자세변경 보조와 이동지원, 안전 모니터링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기술은 있는데, 요양원이 살 수 있을까
문제는 로봇이 전시장 밖으로 나온 뒤다. 요양시설이 고가의 돌봄로봇을 자체적으로 구매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는 렌털이나 리스 방식의 지원, 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안전과 책임 문제도 남아 있다. 로봇이 어르신의 신체를 직접 들어 올리거나 이동을 보조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장이나 오작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요양기관 평가와 장기요양 수가체계도 과제로 꼽힌다. 돌봄로봇을 도입해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더라도 기관이 부담해야 할 구매·관리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보전할지 정해져야 실제 확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연구에서도 기술 개발과 함께 급여체계 개선, 현장 실증 확대, 관리인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KB금융그룹과 제논이 과거 전시회에서 시연했던 돌봄 로봇 (사진=요양뉴스)정부는 2030년까지 AI 로봇 20만대를 보급하고 양산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올해 로보월드에서 돌봄로봇이 공공보급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전시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요양현장에서 로봇의 역할은 당분간 사람을 대신하기보다는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보조하는 방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어르신을 들어 옮기고, 반복적인 이동을 돕고, 위험상황을 살피는 업무부터 기술 적용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내년 시작될 로봇 공공보급 사업은 전시장과 실증사업에 머물던 돌봄로봇이 실제 공공 돌봄현장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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