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또 치매 어르신 폭행, 끊기지 않는 학대의 악순환 이유는?
[요양뉴스=가순필 기자]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친정어머니를 10년 간 돌봤습니다.”그 한 마디에 가족들은 어머니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치매 중기 판정을 받은 85세 어머니에게는 정기적인 혈액투석과 식사 보조, 기저귀 교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매일 10시간 이상, 정부지원에 사비까지 보태며 고용한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은 안심을 맡겼다. 그러나 지난 2월, '쿵' 소리와 함께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가족이 달려가 확인한 어머니의 상태는 참담했다. 좌측 고관절과 흉추 압박 골절. 당시 요양보호사는 "기저귀를 갈다가 넘어지셨다"고 해명했지만, 의심은 계속됐다. 이후 설치된 홈캠에는 어머니에게 쏟아지는 욕설과 폭언,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 X 먹어, 이 XX야” “주둥이 닥치고 X먹기나 해”라는 말이 노인의 식사 시간에 반복됐고, 심지어 머리를 손으로 밀치는 장면도 수차례 포착됐다. 가족이 폭행 여부를 묻자 어머니는 “머리카락을 당기고 뺨을 때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노인을 돌봐야 할 요양보호사들이 오히려 노인을 학대하는 악순환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진=가순필 기자 Supported by SORA]가정에서 발생한 요양보호사 학대 사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지난 4월 23일 JTBC의 사건반장에 보도된 최근 일어난 충격적인 요양보호사의 대상자 학대 상황이다.이 사건은 방문요양의 구조적 맹점을 보여준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요양보호사를 면접 한 번에 선택하며, 인격이나 적성은 사후적으로만 검증된다. 자격증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가 고령자 돌봄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현행 제도는 단기교육과 필기시험만으로 자격을 부여하며, 이후의 지속적 관리 체계는 매우 부족하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인원이 200만 명을 넘어섰지만, 그 중 30% 미만만이 실제 돌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통계는, 노동강도뿐 아니라 인력의 관리·운영체계에 구조적인 허점이 있음을 시사한다.특히 재가요양(방문요양)은 시설보다 감시 사각지대가 넓다. 보호자가 부재한 낮 시간, 현장은 오롯이 요양보호사와 어르신만의 공간이 되며, 학대 정황이 발견되더라도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거나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은 없다.JTBC에 보도된 요양보호사 학대 현장 [영상=JTBC]시스템 보완과 감시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있었지만...정부는 2022년부터 ‘요양보호사 인권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해 ▲표준근로계약서 활용, ▲녹음기기 보급 시범사업, ▲성희롱 피해 시 유급휴가 제공 등 일부 제도를 시행해 왔다. 또한 장기요양기관 평가 지표에 ‘인권 침해 여부’를 반영하고,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부당 행위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표준근로계약서는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으며, 녹음기기나 홈캠 설치는 여전히 보호자 개인의 선택에 의존한다. 학대 의심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진 퇴사 후 다른 기관에서 재취업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고령사회, 방문요양의 질적 관리 체계 시급”… 구조 개선 요구 확산금번과 같은 노인 학대 사건은 비판과 개선의 대상이 당연하나, 이를 보호사 개인의 성향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요양서비스를 더 이상개인의 양심에만 기대는 돌봄이 아닌, 시스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특히 방문요양 시장은 2024년 기준 전체 장기요양 서비스 수급자의 약 70%가 이용 중일 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그에 걸맞는 질적 관리 체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요양보호사들의 역량 향상 강화 플랫폼 케어런츠의 박지성 대표는"자격 취득 이후 현장 적응 교육, 정기 평가, 감정노동 예방 교육 등 실질적 재교육 체계가 시급하다" 며 "현행과 같은 정부 주도의 '최소한'의 자격검증과 교육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기업들의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노인의 삶의 질이 요양보호사의 손끝에 달려 있는 지금, 그 손끝이 학대가 아닌 따뜻한 배려로 다가서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