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의 사활이 걸린 정책, 회복기 의료기관 확산이 뭐길래
[요양뉴스=김민진 기자] 지난 3월27일대한요양병원협회 춘계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초고령사회 대비, 요양병원의 현재와 미래 전망’이었다.요양병원의 밝은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과 연구가 발표되는 와중에더조은 요양병원의 안병태 병원장이 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차라리 이럴 바에는 국가가 모든 요양병원을 수용한 후 폐지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대체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 도입이 요양병원과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토록 강한 비판이 이어지는 걸까?[출처 = 게티이미지뱅크]회복기 의료기관이란?회복기 의료기관은 병의 경과가 갑작스럽게 악화돼빠른 치료가 필요한 급성기 치료 후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의미한다.질환으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고 기능을 회복해환자들이 조기에 사회복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고 운영한다.회복기 의료기관은 재활치료에 초점이 맞춰진 병원으로 재활의학과 관련된 전문 재활팀이 운영돼야 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3명 이상 있어야 하고병상수는 60동이 넘어야 하며 필수 장비도 구비돼있어야 한다.회복기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도수치료나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기존에 비급여로 진행되던 재활치료에 보험이 적용되고필요한 경우퇴원 후 방문재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당·정 협의를 거쳐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사업 시행방안을 포함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회복병원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2024년 2월1일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 직후 필수의료 살리기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회복기 의료기관'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또2024년 2월4일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의 도입을 가시화했다.급성기 병원 퇴원 후 가정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기 전중간단계로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를 도입해 일정기간 의료, 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급성기 병원-재활의료기관, 회복기의료기관-만성기 병원(요양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정부에서 참고한 연구에 따르면 요양병원이 급성기 병원에서 퇴원해 입원한 환자들을 자체적으로 치료하지 못해 다시 급성기 병원으로 되돌아가는 사례가 많다. 이에 회복기 의료기관을 설립해 급성기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에게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하고상태 회복과 지역 복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출처 =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요양병원업무분담하는 회복기 의료기관 확산, 어떤 영향있을까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회복기 의료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보상 및 평가체계를 도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입원의 경우환자 특성에 따라 충분한 회복기 치료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입원일로부터 30~180일까지 입원료 체감제 적용을 제외한다.퇴원은 일상생활 회복훈련,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의 상태평가, 퇴원계획 수립 등을 통해 퇴원 후 재택복귀 지원 및 만성기·유지기 진료 연계를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및 장기입원을 억제하는 방안도 추진했다.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들이 더욱 많이 요양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환자 분류기준을 강화하고 통합판정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통합판정체계는 의료, 요양, 거주 등 필요도를 평가해 최적 서비스를 판정, 제공하는 제도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본인부담율을 상향 조정해 사회적 입원을 방지한다.더불어 장기입원하는 환자를 막기 위해 의료 필요도가 낮은 환자의 장기입원시 본인부담을 강화하고 요양병원 평가시에 재택복귀율 등 장기입원 방지 노력을 반영하는 방안도 실시하고 있다.회복기 의료기관 평가는 180일 초과 입원율, 재택복귀율, 합병증 발생률, 재입원율 등 회복기 의료기관의 평가지표 반영 및 성과 달성에 따른 보상체계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정부는 회복기 의료기관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회복기 병원을 2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종별로 분류하고 올해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이처럼 정부가 회복기 의료기관을 도입하고확대하는 것이 요양병원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양병원 관계자들은 회복기 병원이 도입되면 요양병원의 기능이 크게 축소되고 입원환자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 안에 병동제 방식으로 회복기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요양병원의 이같은 불만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2020년에 회복기 재활치료를 위한 재활의료기관 제도 도입 이후부터요양병원은 각종 정책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겨 왔다.과거에는 고령의 환자들을 받아들여 치료와 재활을 도맡았던 요양병원이 재활의료기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많은 환자를 재활의료기관에 빼앗긴 것이다. 요양병원이 직접 재활의료기관 자격을 취득해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워나간 경우도 있지만이는 소수에 불과했다.요양병원들은 이번 회복기 의료기관 확산 정책이 또다시 요양병원의 파이를 줄이는 정책이라며 볼멘 소리를 하지만일각에서는 고령 사회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전문성 없이 병상만을 제공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면 더욱 좋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고령인구가 늘어난 만큼이제는 요양병원도 선택을 받아야 하니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출처 = 게티이미지뱅크]노인요양문제선구자‘일본’은 어떻게?정부의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요양병원의 경영이 나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요양병원이 많은 상황에서 업무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환자가 줄어들어 경영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그렇다면 요양병원은 어떤 식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정석적인 답이 될 수는 없지만한국보다 한 발 빠르게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요양정책을 실험해 본 일본의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1980년대부터 고령의 인구가 많아진 일본은 그때부터 고령자의 간병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일본은 사회보험방식으로 의료와 장기요양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형태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또요양병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두는 게 아니라 병원과 시설을 공유하는 형태로 변화 중이다.고령 환자에 대한 목표 자체도 다르다. 한국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를 집에서 돌보기 힘들 때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일본의 요양병원은 무사히 집으로 귀가해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그렇기에 정부의 정책이나 기준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집으로 돌아간 뒤의 일상에 대한 관리와 케어도 고려해 모든 정책이 진행된다. 거동을 못하는 고령의 부모님을 직장인인 자녀가 돌보지 못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지만일본에는 지역사회와 병원이 고령인구를 돌봐주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있다.집에서 홀로 지내기 어렵지만그렇다고 병원에 장기입원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는 않은 노인을 위한 중간 시설이 다양하게 구비돼있고병원에서도 퇴원 이후노인이 일상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의료진이 방문해 건강을 확인하고 간병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있다.일본에서는 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고령자는 지역포괄케어병동이나 재활병동에 두 달 정도 재활을 거친 후에 집이나 요양시설로 돌아간다. 입원과 요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활과 그 이후의 일상에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물론 일본 역시 요양 병상이 부족하고인구가 부족해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여기에 노인요양시설마다 운영 주체에 따라 금액 차이가 있어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에는 대기자가 항상 넘쳐난다는 문제점도 있다.하지만불과 5년 전에 재활의료기관 제도를 시작한 한국에 비하면 일본은 무려 25년 전에 회복기 재활의료제도를 도입하고그동안 수많은 문제를 겪으며 제도를 개선해 왔다.우리보다 앞서 같은 길을 걸어간 나라인 만큼그들의 정책과 시스템이 우리에게 교훈을 줄 수 있지 않을까?